강산에 “꽃이 되고픈 삐딱이의 노래예요”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한 편의 동화 같은 음악, 그런데 어른을 위한 동화다. 순수한 듯 불순해 보인다. 자꾸 곱씹어 듣다 보면 뼈가 걸린다. 강산에(45)가 6년 만에 들고 온 8집 이름은 ‘물수건’. 1989년 난생처음 타 본 일본행 비행기 안, “예쁘장한 스튜어디스가 내준 뽀송뽀송하고 차가운 물수건을 잊을 수 없어서”다.

가사를 적은 글씨는 삐뚤빼뚤하다. 프랑스인 친구에게 글씨를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중간 중간 바뀐 가사는 그가 왼손으로 적었다. 이유는 “재밌으니까”.

단순하며 직접적인 ‘생활 밀착형’ 가사들은 의뭉스럽기도 하고 시원하다. 매일 아침 껍질째로 먹은 사과를 보며 내 여자를 떠올린다.(‘아침의 사과’)

친구의 딸 그림이가 구구단 외우는 모습을 보며 그는 천진난만하게 구구단을 읊는다. 이일이 이이사…이칠십사 이팔십육 이구아나.(‘이구아나’) 이 곡은 2 곱하기 9의 답이 비속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재심의를 받고 있다.

특히 ‘사막에서 덩 너반나 깜짝 놀랐어’라는 후렴구가 피식하게 만드는 ‘사막에서 똥’은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있었던 경험담. “하늘 땅 그리고 나만 있는 데서 배설하는 느낌이 죽이잖아요.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기분이 다르다니까예.”

‘라구요’ ‘삐딱하게’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등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록을 추구했던 그의 노래는 이번 앨범에서 타이틀곡 ‘답’이 잇는다. ‘답’은 답을 못 찾아 답답해하는 모든 세대를 위한 위로곡이자 희망가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위로가 필요하다면 ‘손’을 들어 보길 권한다.

‘넌 할 수 있어’ 등의 가사를 쓴 일본인 아내 나비는 이번 앨범에도 많은 곡을 지었다. 타이틀곡 ‘답’을 비롯해 ‘나의 기쁨’ ‘눈물 핑’ ‘낮잠’ 모두 아내가 쓴 가사. 앨범 디자인도 아내가 맡았다. 그는 “아내 덕에 하늘과 우주를 헤매던 관념적인 내가 비로소 땅을 밟게 됐다”며 “나는 눈 뜨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이 친구는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17년 넘도록 함께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세상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삐딱이’로 불렸던 강산에. 그는 “1980, 90년대 삐딱이로 살려고 의도했고 내 속의 뭔가가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따로 노는 것 같아 많이 무뎌졌다”고 말했다.

“4집까지 메시지를 생각했어요. 뭔가를 가르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진정한 가르침은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꽃이 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결국 제가 꽃이 되어야죠.”

그는 4월 2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홍대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소극장 콘서트를 연다. 02-323-3704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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