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내 공 막아봐…축구소녀 ‘그레이시 스토리’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소녀의 길은 왜 이리도 험난한 걸까. 영화 ‘그레이시 스토리’는 여러 점에서 축구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과 비슷하다. 축구 선수가 되려는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라는 점이나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가족의 결사적인 반대, 주인공 소녀가 등번호 ‘7’번을 달고 데이비드 베컴처럼 기막힌 프리킥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까지도.

15세 소녀 그레이시는 한때 축구 스타였던 아버지와 고교 축구부 주장인 오빠를 둔 축구 집안의 딸이다. 아버지는 매일 오빠와 남동생에게 특별훈련을 시키고 어머니는 비가 와도 축구장을 찾을 정도로 온 가족이 축구에 빠져 산다. 축구 유망주인 오빠는 온 집안의 기대를 모은다.

그레이시는 재능도 있고 누구 못지않게 축구를 사랑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관심 밖이다. 유일하게 그레이시의 축구 재능을 알아주던 오빠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숨지자 그레이시는 오빠를 대신해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학교 축구부는 입단 테스트마저 거절한다. 법정까지 끌고 간 투쟁 끝에 축구부에는 들어가지만 동료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슈팅 라이크 베컴’이 사회의 편견에 부닥친 소녀의 극복담을 다소 코믹하게 풀어간 반면 ‘그레이시 스토리’는 진지하게 접근한다. 그레이시는 희망이 사라지자 불량 청소년으로 엇나가지만 아버지의 설득으로 축구 선수의 꿈을 찾으며 훈련에 매진한다. 희화화된 설정 대신 사실적 묘사가 주를 이룬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뤄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불편한 진실’과 인기 미국드라마 ‘24’의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이 만들었다.

이 영화는 유년 시절 미국 뉴저지 주의 지역리그 축구팀에서 유일한 여자 축구 선수로 활약한 여배우 엘리자베스 슈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슈의 아버지는 하버드대 축구팀 주장, 오빠는 컬럼비아고교 축구팀 주장이었고 남동생 앤드루는 미국프로축구리그 팀 LA 갤럭시의 선수였다. 슈는 이 영화에서 그레이시의 어머니 린지로 나온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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