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73>魯班門前弄大斧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魯班(노반)은 목수의 鼻祖(비조)로 불리는 춘추시대 魯(노)나라의 뛰어난 목수 公輸般(공수반)의 다른 이름이다. 弄(롱)은 두 손으로 구슬을 받쳐 든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좋아하여 차마 놓지 못하는 것을 가리킨다. 즐기며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는 뜻을 가졌다. 弄舌(농설)은 혀를 놀림을, 弄談(농담)은 장난의 말을 가리킨다. 戱弄(희롱)과 愚弄(우롱)과 嘲弄(조롱)은 모두 놀린다는 뜻인데, 희롱은 장난이나 재미삼아 놀리는 것이고 우롱은 어리석게 보고 함부로 대하며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며, 조롱은 비웃으며 놀리는 것이다. 弄假成眞(농가성진)은 장난삼아 한 것이 진심 또는 실제 사실이 됨을 뜻하고, 弄巧成拙(농교성졸)은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다가 도리어 서투르게 됨을 꼬집는 말이다.

斧(부)는 날이 한 쪽인 도끼이다. 도끼질하다의 동사로도 쓰인다. 이 글자 아랫부분의 斤(근) 역시 도끼인데 크기가 작은 것이다. 斧斤(부근)은 크고 작은 도끼를 두루 가리킨다. 무게단위로서의 한 斤(근)은 도끼질 한번으로 베어낼 정도의 무게이다. 지금의 중국에서는 물건 종류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500g을 가리키며, kg은 公斤(공근)이라고 한다.

제 솜씨 자랑하기 좋아하는 것은 극복하기 어려운 보통 사람의 공통된 천성이다. 그래서 자칫 공자 앞에서 경서를 논하고 부처님 앞에서 설법하는 것과 같은 잘못을 범하기까지 한다. 그러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자랑보다 제 능력의 솔직한 표현이라면 그 적극성과 용기 또한 소중하다. 위의 구절은 줄여서 班門弄斧(반문농부)라고 하는데, 남에게 쓰면 아무래도 비웃는 말이 될 터이고, 자신에게 쓴다면 겸손한 말이 될 것이다. 明(명) 梅之煥(매지환)의 ‘題太白墓(제태백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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