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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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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이내옥 유물관리부장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나, 손창근이오. 갑자기 돈 1억 원이 생겨서 중앙박물관에 기부하고 싶으니 빨리 통장 번호 좀 알려주십쇼.”
이 부장은 깜짝 놀랐다. 원래 통이 큰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1억 원을 박물관에 내놓겠다니.
“저, 관장님께 보고 좀 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신세 진 것 갚으려고 하는데 보고는 무슨 보고. 빨리 통장 번호 알려 달라니깐….”
잠시 후 이 부장의 통장으로 거금 1억 원이 입금됐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소장하고 있는 사업가 겸 컬렉터 손창근(79) 씨는 이렇게 전격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1억 원을 쾌척했다. 우리 전통 서화(書畵)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구 기금으로 쓰라는 것이었다.
1940년대 후반 손 씨의 부친이 세한도를 구입한 뒤 그 세한도를 물려받아 정성스레 보존해오고 있는 손 씨. 미술사 연구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조선시대 명화 80여 점을 위탁 보관해 놓았지만 정작 자신의 모습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전화를 해도 통화는 기대하지 말라”는 이 부장의 말처럼 18일 오후 손 씨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전통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