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신앙에 딴죽 걸기

  • 입력 2008년 1월 19일 03시 03분


◇신은 위대하지 않다/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김승욱 옮김/440쪽·2만5000원·알마

◇자비를 팔다/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김정환 옮김/158쪽·1만 원·모멘토

“형제들아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할 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할 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하라.”(다소의 바울이 빌립보인들에게 보낸 편지 중 한 구절)

우리도 안다. 신앙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상 역시 마찬가지다. 죽음과 어둠이 존재하는 한 믿음도 계속된다. 그러나 그렇기에 논쟁은 멈추지 않는다. 철학 과학 역사 그리고 인간의 본질을 알고픈 욕망 역시 영원하기에. 때문에 “믿음에 대한 논쟁은 모든 논쟁의 기초이자 기원”이 된다.

저자 역시 논쟁을 멈추지 않는다. 저널리스트 평론가 등 여러 문패가 붙지만 가장 합당한 수식어는 ‘탁월한 논쟁가’다. 2005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실시한 ‘100대 공적 지식인’ 5위. 놈 촘스키(1위)나 움베르토 에코(2위), 리처드 도킨스(3위) 등과 견줄 만한 저술가다.

저자는 특히 대다수가 믿어 의심치 않는 생각이나 우상 비판에 평생을 바쳐 왔다. 신성시되는 거라면 뭐든 딴죽을 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원서가 출간된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세상의 종교에 대한 전방위 융단폭격이다. 그리고 1995년 출간된 ‘자비를 팔다’는 197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더 테레사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가 말하려는 바는 간단하다. “신앙이 모든 걸 망친다.” 사이비종교만을 지적하거나 슬쩍 에두르지도 않는다. “내가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리고 여러분이 읽는 순간에도, 종교는 인류가 힘들게 얻는 성과를 파괴할 계획을 짜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제단과 지하교회로 다시 끌어당기려 하는, 말라비틀어진 손에서 도망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모로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지난해 반향을 일으켰던 ‘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과 비견된다. 펜이 부러질 듯한 어조, 상대에게 여지를 주지 않는 확신이 많이 닮았다. 그러나 ‘만들어진 신’이 과학을 기반으로 종교를 둘러싼 외피를 벗겨 실체를 드러냈다면, 저자는 그 속에 들어가 신앙을 구성한 DNA 자체가 모순이라고 물어뜯는다. 히친스의 잘근잘근 씹어대는 어투에 비하면 도킨스는 양반 축에 속한다.

이러한 기조는 ‘자비를 팔다’에서도 여전하다. “두려움과 존경을 잠깐만이라도 벗어버리는 순간, 마더 테레사 현상은 범속한, 심지어 정치적인 면모를 드러내게 된다. … 환상이 만들어지는 점진적 과정에서 마술사에게 청중은 도구일 뿐이다. 라틴어 속담에도 있지 않는가. 사람들은 속기를 바라니, 속여 먹으라.”

저자 역시 논쟁의 소지는 많다. 그가 비판했던 이들처럼, 주장을 위해 사례를 긁어모은 듯한 부분도 상당하다. 하지만 아이티의 독재자 뒤발리에나 미국의 악덕 사기꾼 찰스 키팅을 후원자라는 이유로 옹호하거나 엄청난 기부금을 쌓아 놓고도 ‘가난에 은총이 함께한다’는 논리로 나을 수 있는 환자를 치료하지 않는 대목을 변호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물론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저자 말마따나 종교는 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언젠가 모든 종교가 서로를 껴안고 인정한다면 문제 해결도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에 저자의 답은 이렇다. “정말 종교가 똑같은 관용을 베풀어 줄 것이라고 믿는가.” 이제는 우리가 답할 차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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