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당사상 비판적으로 읽고 아프게 물려받자는 취지”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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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당 최남선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읽고 아프게 상속하자는 취지입니다.”

황호덕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27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열리는 제1회 육당연구학회 학술회의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육당연구학회는 육당 최남선(1890∼1957·사진)의 사상과 행적을 본격 연구하는 첫 학술단체로 올해 8월 창립됐다. 27일 열리는 학술회의는 ‘근대 한국 지성의 기원과 반성’이라는 제목으로 육당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육당을 연구하는 본격적인 학술회의가 열리는 것은 육당 사후 50년 만이다. 육당은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로 꼽히지만 학계에서는 그의 친일 전력 때문에 연구를 꺼려 왔다. 육당은 3·1운동 때 독립선언문을 기초했으나 이후 재일 조선인 유학생의 학병지원을 권고하는 강연을 했다. 광복 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기소됐다.

육당을 연구하면 민족의식까지 의심받는 분위기여서 육당 연구는 수십 년간 공백 상태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육당의 공로와 잘못을 엄밀하게 봐야 한다며 학회 이사장을 맡자 뜻을 함께하는 연구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한국사와 신화의 발굴 등으로 민족문화사에 획을 그은 육당의 학문이 친일 행적에 가려서는 안 된다며 육당의 친일 행적도 구체적이고 엄밀한 자료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한다.

학술회의에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국문학 비교문학 일문학 중국학 가요사연구가 신화연구가 국사학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김 이사장이 ‘육당 최남선과 민족 문화 운동’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며 최박광 성균관대 교수는 ‘육당의 친일시비론과 문화적 위상’을 발표한다.

특히 구인모 동국대 문화학술원 연구교수는 ‘육당의 시국가요 취입에 대하여’에서 최근 처음 발굴한 육당의 시국가요 ‘총후의남(銃後義男·1937년)’의 가사와 악보, 유성기음반(SP)을 공개한다. 이 노래는 태평양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후방에서 ‘의용봉공(義勇奉公)’을 실천하며 참전자와 같은 심정으로 응원하자는 것이다. 육당 친일 노래는 제목 정도가 알려져 있었으나 실체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교수는 “육당은 개인의 서정보다 국가정체성과 민족정신에서 문학의 참뜻을 찾았다”며 “당시 조선이란 국가를 일본에 빼앗겨 없어졌다고 생각한 육당은 식민지로나마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면 일본의 일부라도 상관없다는 사상으로 해결책을 찾았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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