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6년 포니 첫 수출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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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모델 차를 만들어 독자노선으로 갑시다.”

1972년. 정세영 당시 현대자동차 사장은 큰형인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게 “회사가 크기 위해선 반드시 우리 손으로 만든 자동차를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주영 회장은 “나도 같은 생각”이라며 찬성했다.

현대자동차가 회사의 운명을 걸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1967년 설립 이후 포드 자동차와 기술제휴를 맺고 ‘코티나’를 조립 생산했지만 1972년 과감히 포드와의 제휴를 포기하고 독자적인 고유모델 개발에 나섰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세계 자동차 업계는 코웃음을 쳤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사는 “현대자동차가 고유모델을 개발해 그 차를 수출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비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아시아에선 일본 외에는 자동차 고유모델을 보유한 나라가 없었다. 게다가 당시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600달러 수준밖에 되지 않는 후진국. 그런 나라가 자동차를 독자적으로 만들겠다니….

현대자동차의 기술책임자마저 “코티나 조립도면조차 제대로 카피하지 못하는 실력으로 어떻게 고유모델을 설계해 만들겠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하지만 정주영 정세영 형제의 꿈은 곧 현실이 됐다. 일본 미쓰비시와의 기술제휴로 1975년 말 ‘포니(조랑말)’ 1호차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국산화율 90%인 최초의 국내 고유모델이었다.

1976년 울산공장에서 본격 생산에 들어간 포니는 조랑말처럼 질주하기 시작했다. 시판 첫해에 1만726대를 팔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43%)에 오른 것이다.

그해 7월 26일에는 중남미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첫 수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우리 손으로 만든 자동차를 외국에 판매하는 꿈만 같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포니 구입을 희망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시판 첫해 수출대수는 1019대로 늘어났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수출 물량이 190만 대라고 하니 30년 동안 국내 자동차 산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족(蛇足) 하나. 26일 개봉하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에는 이집트에서 공수해 온 포니 다섯 대가 등장한다. 이집트에선 한국이 20여 년 전에 수출한 포니가 아직도 택시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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