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국내 뮤지컬업계 ‘사춘기’ 과열경쟁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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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잡아라.’

요즘 국내 뮤지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작품은 바로 뮤지컬 ‘사춘기’다. 올해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쓴 이 뮤지컬을 과연 누가 한국에서 공연하게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

문제는 ‘돈’이다. ‘사춘기’를 잡으려는 국내 업자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선지급금(공연 전 미리 지급하는 일종의 계약금으로 공연을 하지 못해도 돌려받지 못하는 돈)을 제시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사춘기’ 수입 경쟁에 뛰어든 뮤지컬 제작자 A 씨는 “지난달 11일 토니상 발표 직후부터 불과 한 달 사이에 선지급금이 1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넘게 올랐다더라”며 어이없어했다.

또 다른 뮤지컬 제작자 B 씨도 “대충 10만 달러부터 부르기 시작하면 20만∼30만 달러 선에서 계약이 이뤄질 작품이라고 봤는데 누군가가 100만 달러를 ‘질렀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 공연기획자들이 정말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자 C 씨는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사춘기’는 선지급금 1억∼1억5000만 원에, 로열티는 토니상 수상작임을 감안해도 13∼14%를 적정선으로 본다”며 “그런데 선지급금이 10억 원까지 폭등한 데다 로열티 역시 20%에 육박해 이렇게 가면 결국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엔 작품당 두세 명의 수입업자가 경쟁을 벌였지만 ‘사춘기’는 기존 뮤지컬 제작자는 물론 가요 콘서트 기획자들까지 뛰어들어 10명 넘게 ‘입질’을 하고 있다는 것. 뮤지컬계에서는 뮤지컬 기획 경험이 없는 사람들까지 달려들어 무리하게 ‘베팅’해 가격을 올려놨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작품 가격을 더 올리려는 중간 에이전트들이 ‘100만 달러설’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흘렸다는 소문도 나도는 등 뒷말만 무성하다.

미국 뉴욕에 있는 뮤지컬 에이전시 ‘브로드웨이 오버시즈 매니지먼트’의 최용석 대표는 “최근 뮤지컬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일단 작품을 확보하고 보려는 신생 기획사들도 앞 다투어 경쟁하다 보니 브로드웨이에서는 ‘아무도 사지 않을 작품도 사가는 게 한국인’이라는 농담까지 나돌 정도”라며 “작품을 놓고 경쟁 중인 한국의 제작자들이 서로 상대방 험담을 늘어놓더라는 얘기를 브로드웨이의 프로듀서들에게서 전해 들을 때면 부끄럽고 한심해 얼굴을 못 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뉴욕=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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