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가출하니 행복하니? 불평꾼 고양이야…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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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푸시킨/샘 로이드 글 그림·송주은 옮김/31쪽·9000원·예림당

눈썹이 ‘V자’로 치켜 올라간 미스터 푸시킨은 황금색 털을 지닌 고양이다. 온몸에 털을 세우고 늘 불평만 해댄다. 푸시킨은 매일 털을 빗겨 주고, 잠자리에서 동화책을 읽어 주는 에밀리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긴다. 오히려 하루 종일 ‘종알종알 재잘재잘’ 떠드는 에밀리의 목소리가 지겹다. 그래서 집을 나간다. 푸시킨은 도시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남의 꽃밭을 망치고, 도둑고양이들과 사귄다. 평소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는 게 무척 신났다. 그러나 푸시킨은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불평 많은 고양이’와 자나 깨나 고양이를 사랑하는 소녀의 유쾌한 우정을 다룬 그림책이다. 표지에 그려져 있는 푸시킨 옆에는 “행복이란 뭘까?”라는 말도 쓰여 있다. 고양이와 소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이야기지만 부모와 아이의 관계,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 딸의 머리를 빗질해 주고 묶어 주고, 밥 챙겨 주고 도시락 싸서 학교에 보내고, 밤마다 동화책을 읽어 주고, 숙제를 봐 주고…. 아이들은 그런 사랑이 당연한 줄 안다. 물이나 공기처럼 언제까지 늘 곁에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부모님도 없이 혼자 떨어졌을 때, 찬바람이 쌩쌩 부는 길거리에 나 홀로 던져졌을 때 비로소 가족의 품이 정말 따스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유아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 책으로 많은 상을 수상한 저자는 밝은 색채와 재치 있는 그림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스터 푸시킨의 빛나는 황금색 털이 꾀죄죄하게 변해 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표현해 냈다.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은 우스꽝스러운 푸시킨의 모습뿐 아니라 고양이 특유의 습성까지 잘 잡아냈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푸시킨은 자기를 찾는 에밀리의 광고지를 발견한다. 그런데 광고지에 담겨 있는 자신의 사진은 몹시 화가 난 표정이다. 이 사진에 푸시킨 자신도 깜짝 놀란다. 내가 꿈꿀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준 사람에게 자신은 정작 한 번도 잘해 준 적이 없고 늘 찌푸리며 불평만 해댔던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한 발 떨어져서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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