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항 입항 국제선교선 ‘둘로스’ 최종상 단장

  •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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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교선(船) 둘로스(MV Doulos) 호에는 적지 않은 애칭이 있다. ‘21세기 노아의 방주’ ‘떠다니는 작은 유엔’ 등. 6804t인 이 배는 현재 운항하는 배 중 ‘최고령’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타이타닉호가 건조된 지 2년 뒤인 1914년 미국 뉴포트 뉴스에서 건조돼 93년간 여객선, 유람선, 이민자 수송선, 선교선 등으로 늙어 왔으며 2010년 국제해양법에 따라 은퇴하게 된다. 오엠(OM)국제선교회 소속인 둘로스호는 50여 개국에서 온 350명(한국인 29명)의 무보수 자원봉사자가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식’ ‘구호’ ‘소망’을 전파하는 배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최고위 관리자가 바로 최종상(55) 목사다.》

기자가 19일 통화를 시도했을 때 그는 동해바다 한가운데에서 전화를 받았다. “지금 어디입니까?” “예, 어제 일본 니가타 항을 출발해 포항으로 가고 있습니다.”

위성전화라 감이 떨어졌지만 21일 포항에 입항하는 ‘둘로스호’ 단장 최 목사의 목소리에는 고국 방문을 앞둔 흥분이 배어 있었다. 최 목사는 비(非)백인계로는 처음으로 2004년 둘로스호의 단장이 됐고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그는 1978년 둘로스호의 자매선인 로고스호가 부산과 인천을 방문했을 때 엔진 수리 등을 돕다 배에 탄 자원봉사자들의 열정과 헌신에 감동했다. “제 또래의 청년들이 자신의 것을 모두 내려놓고 삶으로 신앙을 보여 주었는데 그것이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그리고 1979년부터 자원봉사자로 로고스호에서 5년간 근무했다. 그러다 본격적인 신학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런던 바이블 칼리지에서 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런던에서 이스트버리 교회를 개척했고, 신학교의 교수를 지냈다.

최 목사가 하는 일은 배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자원봉사자들의 영성을 키우는 ‘국제교회 목사’이자 정박 국가의 최고위급 인사들을 영접하는 ‘외교관’ 역할이다. 둘로스호가 입항하는 국가에서는 주로 대통령 부인이나 장관이 나와 배를 맞이한다. 최 목사는 레바논, 탄자니아, 스리랑카 대통령의 부인 등을 비롯해 많은 지도층 인사를 만났다.

구호 사업으로는 수단에 2개의 학교를 지어 주었다. 스리랑카에서는 지진해일(쓰나미)로 파손된 40여 개 학교에 도서관을 설립했고 마을회관과 8채의 집도 지었다.

1992, 2001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방문하는 둘로스호는 22일부터 7월 3일까지 포항에 머무는 것을 시작으로 부산(7월 6∼23일), 목포(7월 26일∼8월 7일), 인천(8월 10∼28일) 등 4개 도시에서 문서선교와 봉사, 문화행사 등을 펼친다. 또 항구마다 ‘국제친선의 밤’ 행사를 열어 세계 각국의 음악과 춤 등을 선보인다.

배 안에서의 생활을 원하는 희망자 중 25명을 선발해 한국 정박 기간 중 같이 생활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청년, 목회자,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20여 가지의 선상 강의와 세미나도 열린다. 1978년 도서전시선으로 개조된 후 지금까지 100개국 500여 개 항구에서 1900만 명이 이 배를 방문했다. 배에는 6000여 종 50만여 권이 비치돼 있으며, 자유롭게 영어원서를 구입할 수 있다.

최 목사의 부인 윤명희(50) 씨도 자원봉사자 가족들을 돌보며 배에서 같이 생활한다. 런던에 사는 세 딸은 영국인 교인들과 한국에서의 후원금으로 생활한다. 자원봉사자들은 보통 2년씩 배를 타며, 평균 나이는 26세다.

최 목사는 “개인적으로 발전된 조국과 한국 교회를 장차 각 나라 지도자가 될 50여 개국 자원봉사자들에게 보여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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