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씨 소설 ‘나비야 청산 가자’ 미완인 채로 발간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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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작가 박경리(81·사진) 씨가 미완의 장편소설 ‘나비야 靑山(청산) 가자’와 에세이, 서울대 송호근 교수와의 대담을 모은 단행본 ‘가설을 위한 명상’(나남출판)을 냈다.

‘나비야 靑山 가자’는 소설 ‘토지’를 탈고한 지 9년 만인 2003년 4월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했던 장편. 작가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밝히면서 집필에 들어갔지만 연재 3회 만에 중단했다.

박 씨는 송 교수와의 대담에서 토지의 후속 작품으로 나비야 靑山 가자를 썼지만 격동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여러 계층의 인간이 등장했던 토지와 달리 “지식인에 국한해서 쓰려니까 올이 수도 없이 많아진 데 대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도저히 내가 감당을…태산을 무너뜨릴 수가 없어요”라면서 박 씨는 새 장편을 계속 써 나가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나비야 靑山 가자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여인 해연을 통해 전달되는 혼란스러운 가족사 이야기. 부유한 농장주의 딸인 해연은 어릴 적 마름의 아들인 석호와 결혼해 살고 있지만 남보다도 못한 사이다. 해연은 오누이처럼 지냈던 혁주와 20년 만에 해후하게 돼 마음이 들뜨고 한편으로 해연의 남편 석호가 농장 일꾼의 딸과 간통하다 들키는 장면에서 소설은 그친다. 제목의 ‘나비’는 지식인을, ‘靑山’은 지식인의 이상향을 가리킨다.

주인공 해연의 가족사를 통해 광복 이후 한국 현대사 50년을 그릴 예정이었으나 고된 창작이 힘에 부친 탓에 원고지 442장을 집필하는 데 그쳤다. 출판사 측은 작가가 미완의 상태로라도 세상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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