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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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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시도는 해외 무대에서 한국의 멋을 쉽게 알릴 수 있는‘한(韓) 스타일’로 불리기도 한다.
한지 작가 중 김춘옥(61) 씨와 전병현(50) 씨의 작품전이 나란히 열린다. 김 씨는 28일∼4월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02-734-0458)에서, 전 씨는 28일∼4월10일 관훈동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전시회를 연다. 모두 한지를 사용한 부조 회화이지만 김 씨는 데콜라주(뜯어내기),
전 씨는 콜라주(붙이기) 기법을 사용하는 점에서 대조를 이룬다.》
■ 데콜라주(뜯어내기) 기법 김춘옥전
수묵화에서 출발한 김 씨는 2000년 전시에서 ‘뜯어내기’ 기법의 한지 작품을 처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그는 캔버스에 한지와 색지를 7, 8겹 붙여 말린 뒤 이를 뜯어내면서 형상을 만든다. 두꺼운 한지층에 칠한 먹이 바탕으로 스며드는 우연의 효과도 일품이다. 먹이 밑으로 스며들수록 연해지는데 이런 차이가 흑백 농담의 차이를 이룬다. 다른 색은 색지를 배접해 이용한다.
그는 “한국화에서 중후한 마티에르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찾아낸 방식”이라며 “젊은 작가들이 한국화의 현대성을 찾기 위해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고민이지만, 무엇보다 작가로서 지금까지 쌓아 온 것을 털어내는 데서 새로운 자유를 느낀다”고 말했다.
전시의 주제는 ‘자연-관계성’으로 연꽃을 반추상으로 그린 작품들이 선보인다. 작가는 “난초 한 송이를 그린 뒤 우주를 그렸다고 하는 게 동양의 관계성”이라며 “이런 관계성의 미가 서양과 가장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연꽃은 생명력과 이상 세계에 대한 상징이다. 전시에는 10∼120호 58점을 비롯해 1호 미만의 작품도 30여점을 낸다.
■ 콜라주(붙이기) 기법 전병현전
전 씨의 단독 전시는 7년 만이다. ‘만개(Blossom)’라는 제목의 전시에서는 둥근 백자 항아리에 담겨 있는 꽃 정물 작품을 선보인다. 멀리서 보면 유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한지 요철이 형상을 이룬다.
전 씨는 먼저 흙으로 형태를 만든 뒤 그 위에 한지로 쑨 종이죽을 붓는다. 이 ‘한지죽’이 굳으면 특정 형태를 띠고, 이를 캔버스에 콜라주하는 것이다. 색은 황토나 대리석 가루 등을 이용한 천연 안료를 사용한다. 그는 “캔버스에 색이 스며들게 하는데 이는 우리의 고분벽화 기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의 색으로 흰색을 탐구해 왔다. 7년 전 전시에도 ‘백색’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그는 “흰색의 종류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미술 작가로서 사회적 소임이 있다면 이처럼 다채로운 색감과 소재를 관객들이 즐길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파리에서 벽화 기법을 배웠다는 그는 “유학 시절에 배운 것은 테크닉일 뿐 내 그림의 원천은 우리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그림일기인 ‘싹공일기’를 연재하면서 1만여 명의 팬을 가진 ‘온라인 스타’이기도 하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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