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김윤배, “내 안의 오보”

《누구나 마음 한편에

오보를 세우고 산다

기원을 던져도 돌이 되고

욕정을 던져도 돌이 되는

오보의 신비를 누가 알까

오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돌무더기가 아니라

그곳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

무수한 얼굴이다 사람마다

다른 기원으로 돌의 모양

다르고 오색 천의 펄럭임

다른데 바람인들 어찌

한결같을 수 있었을까

오보에 폭설로 죽은 말의

강인한 턱뼈 희게 빛난다

강인한 것들은 죽어서도

빛으로 남아 바람과 맞서는 오보

내 안의 오보에는

생이 되지 못한 무수한

절망의 뼈 풍화 속에 빛난다

―시집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문학과지성사) 중에서》

누구든 오보 없이 한 걸음인들 옮겨놓을 수 있겠는가. 위대한 정복자 칭기즈칸을 움직인 것도 오보요, 초원의 이름 없는 목동으로 하여금 콧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도 오보요, 황막한 사막 위를 맴도는 독수리의 눈을 빛나게 만드는 것도 그만의 오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보는 몽골인들이 마을의 안녕과 개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쌓아올린 돌무덤에 불과하지만, 실은 ‘꿈’과 이음동의어이다. 그러니 누구든 제 마음의 신령한 곳, 바람에 깃발 펄럭이는 오보 하나쯤 없다면 어찌 짧고도 긴 제 생을 건널 수 있겠는가.―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