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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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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작 연극도 쏟아진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광수생각’ ‘순정만화’ 외에 ‘바보’도 이달 말부터 대학로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넘어서야 할 장애는 원작이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원작 만화에 무대적 상상력을 덧붙이기 쉽지 않은 데다 만화를 본 사람마다 캐릭터에 대해 품고 있는 제각각의 환상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
‘달려라 하니’를 제작하는 서울시뮤지컬단 유희성 단장은 “만화를 뮤지컬로 만들었을 때는 원작의 정서와 캐릭터는 그대로 살리되 뮤지컬 무대 특성에 맞게 전환을 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원작의 틀에 갇히기 쉽다”고 말했다.
‘바람의 나라’는 처음부터 원작 만화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으로 승부를 거는 작품이다. 연출가 이지나 씨는 “만화 원작 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는 캐릭터들이 만화에서 빠져나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람의 나라’는 배우 캐스팅부터 만화 주인공 이미지를 최대한 반영했고, 대사도 모두 원작 만화에서 발췌했다.
만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늘어나는 공연 수요에 비해 대본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만화는 대중성을 갖춘 데다 공연의 주 관객층인 20, 30대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제작자들이 고전이나 문학작품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리기보다 가벼운 만화만 찾는 경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의 유명 뮤지컬들이 소설(‘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노트르담 드 파리’)이나 시(‘캣츠’)를 토대로 하는 데 비해 국내 창작 뮤지컬 중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한 것은 황순원의 ‘소나기’ 정도에 불과하다.
프로듀서인 김종헌 쇼틱 대표는 “한때 철저히 관객을 겨냥한 기획영화가 쏟아진 것처럼 만화 뮤지컬들은 관객의 취향을 따르는 기획 공연으로 볼 수 있다”며 “문학 원작 뮤지컬이 흥행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만화가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대본 부재에 따른 만화 콘텐츠의 유행은 인문학의 위기가 뮤지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며 “상업 장르인 뮤지컬에서도 희곡(문학) 등 기초 예술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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