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는 미래-미래학 20선]<10>소유의 종말

  • 입력 2007년 1월 15일 03시 00분


《탈근대 세계의 최종 단계에 이르면 자아는 관계의 단계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독립된 자아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더는 믿지 않는다.》

이 책의 원제는 ‘The Age of Access’, 직역하면 ‘접속의 시대’다. 한글 제목인 ‘소유의 종말’과 원제인 ‘접속의 시대’를 합치면 이 책의 주제가 그대로 제시된다. 저자는 근대문명, 즉 소유의 시대가 저물고 탈근대 문명 곧 접속의 시대로 세상이 바뀌리라는 점을 풍부한 사례와 일관된 논리로 지적한다.

여기서 저자가 사용하는 ‘접속’의 개념은 상당히 심오하다. 사이버 공간의 네트워크상으로 진입한다는 일반적 의미와 아울러 소유가 생략된 채 사용만을 추구하는 행위도 접속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던 시대에는 소비자가 상품을 사서 소유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상품의 변화 속도가 빨라진 지금은 급속하게 바뀌는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는 데에 주로 관심이 있다.

이제 소유가 생략된 이용 행위, 즉 상품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접속하는 행위가 나타난다. 다양한 렌털이나 리스 서비스가 그런 예이다. 기업들도 엄청난 규모의 부동산이나 사무실을 소유하는 것을 피하고 이를 매각해 버린 뒤 임차해 사용한다. 비핵심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필요한 부분은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한다. 결국 기업에서도 유형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서비스에 접속하는 행위가 나타난다.

이처럼 접속이 중심이 되면 상품(하드웨어)은 접속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기업들은 제품은 거의 무료에 가깝게 판매하되 이 제품에 이미지와 문화를 덧붙여서 소비자로 하여금 이에 접속하도록 만듦으로써 사용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제 상품의 판매자-구매자 관계가 서비스의 공급자-이용자 관계로 바뀐다. 상품보다 서비스가, 생산보다 마케팅이 중시되는 시대가 된다. 나아가 다양한 고도의 서비스가 결국 체험과 문화라고 보면 탈근대의 시대에는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모든 콘텐츠의 거래’가 일반화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저자는 웹 2.0의 시대 곧 UCC(User Created Contents)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 상황을 정확히 짚어 낸 셈이다.

접속을 통해 문화까지 거래 대상이 되면서 걱정스러운 움직임이 나타난다. 바로 생물의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이 파괴되는 현상이다. 접속의 시대엔 문화가 상업화되고 획일화된다. 문화 미디어를 독점하는 다국적 기업도 나타난다. 이 책의 2부 ‘문화를 고갈시키는 자본주의’에서 저자는 이 문제를 폭넓게 지적한다. 결국 저자는 접속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놀이와 체험의 공간을 시민교육이 마련해 특정 지역에 고유한 문화를 장려함으로써 문화의 획일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접속의 시대에는 전통적인 자립적 자율적 자아의식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인식되고, 관계성에 치중하는 다층적 인격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저자의 진단은 일면 오싹하기까지 하다. 인터넷 시대가 불러올 변화는 한창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멀었나 보다. 이 책은 미래와 탈근대에 대해 철학적 깊이까지 곁들인 다양한 화두를 제시하는 훌륭한 미래학 교과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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