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3>觀·灌·權·환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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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관)’은 원래 ‘눈과 귀가 큰 새’ 혹은 ‘주머니 모양의 새’를 의미하는 글자였다. 눈과 귀가 크면 당연히 주머니 모양을 하게 될 것이다. 아래가 불룩하고 위가 좁아지는 형태로, 황새의 몸통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에는 ‘주머니 모양’이라는 숨은 의미가 있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은 ‘풀(>)과 두 개의 입(口)과 새(추)’로 구성돼 있다. 풀 사이에서 입을 마음껏 벌리고 노래하는 새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로부터 ‘;’에는 ‘기쁘다, 말을 많이 하다’라는 숨은 의미가 있게 된다.

‘觀(관)’은 ‘;’과 ‘見(볼 견)’이 합쳐진 글자이다. 새가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보다, 자세히 보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灌(관)’은 ‘;’과 ‘수(물 수)’가 합쳐진 글자이다. 물이 주머니 모양의 어떤 곳에서 흘러나오는 모습을 나타낸다. 저수지에서 논밭 등으로 물을 대는 형상을 나타낸다. 초기의 저수지는 계곡의 아래를 막아 만들었기 때문에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灌’은 ‘물을 대다, 물이 흘러 들어가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權(권)’은 ‘;’과 ‘木(나무 목)’이 합쳐진 글자이다. ‘저울의 추’라는 뜻인데, 초기의 저울추는 나무로 만들었고 주머니 모양이었다. ‘저울추’라는 의미가 변해 ‘저울질하다, 무게를 분별하다’라는 뜻이 나왔고, 여기서 ‘꾀하다, 책략하다’라는 의미가 생겼으며, ‘권세, 권력’이라는 의미로 이어졌다. ‘=(관)’은 ‘봉화, 봉홧불’이라는 뜻인데, 옛날의 봉화대는 돌을 주머니 모양으로 쌓아 올렸다. 오늘날 남아 있는 봉화대도 둥근 주머니 형태가 있다. ‘驩(환)’이나 ‘환(환)’은 모두 ‘기뻐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데, 이 경우의 ‘;’은 ‘기뻐하다’를 나타낸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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