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

  • 입력 2006년 11월 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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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스콧 도널드슨 지음·김미현 옮김/496쪽·1만8000원·갑인공방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와 ‘무기여 잘 있거라’의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두고 누가 더 훌륭한 작가냐고 묻는다면 우문일 것이다. ‘어쨌든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국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선정한 20세기 최고 소설에 ‘위대한 개츠비’가 2위에 뽑혀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45위)와 ‘무기여 잘 있거라’(74위)를 압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했느냐는 다른 문제다. 두 사람의 우정과 경쟁을 그려낸 이 책에는 그에 대한 답이 나와 있다. 헤밍웨이다.

왜 헤밍웨이인가.

“180cm가 넘는 키 85kg이나 나가는 건장한 체격, 흑발에 호남형이던 그(헤밍웨이)는 172cm의 키와 65kg을 밑도는 깡마른 체격에 금발인 피츠제럴드와 현격한 대조를 이루었다. 거기다 헤밍웨이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그 시절 남녀노소 모두 그를 좋아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피츠제럴드는 남자들 사이의 관계를 풀어 가는 데 특히 서툴렀다. 그에게는 상대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양쪽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 때가 많았다.”

두 사람의 작품 세계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마초’ 헤밍웨이와 ‘메트로섹슈얼’ 피츠제럴드의 이미지를 쉽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많았다. 둘 다 미국 중서부의 중산층 가문에서 태어났고 부모에 대한 반감이 컸으며 젊은 날 실연의 상처를 문학적 동력으로 삼았다. 술을 탐닉하다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됐다는 점도 같다.

1925년 파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 객관적 위상은 4세 연상의 피츠제럴드가 높았다. 비록 중퇴했지만 프린스턴대 출신이었고 이미 작가적 명성을 다진 상태였다. 헤밍웨이는 단편집 1권 정도만 발표한 고졸 출신의 신인으로 피츠제럴드의 강력한 추천으로 등단한 처지다.

그런데도 헤밍웨이는 늘 당당했고, 피츠제럴드는 늘 헤밍웨이의 환심을 사려 했다. “다 큰 남자들이 보기에 헤밍웨이에 대한 그의 찬미 수준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는 주변의 증언이 나올 정도로. 이 때문에 동성애 의혹도 일었지만 대중의 예상과 달리 피츠제럴드는 동성애를 혐오했고, 오히려 헤밍웨이에게서 양성애 기질이 발견됐다.

둘의 관계에서 헤밍웨이가 가학적이었다면 피츠제럴드는 피학적이었다. 절교를 선언한 것도 헤밍웨이였다. 버림을 받았지만 피츠제럴드는 말년에 “더는 소설을 쓰지 않겠네. 어니스트가 내 모든 작품을 필요없게 만들었네”라고 토로할 정도로 헤밍웨이의 문학성을 인정했다.

헤밍웨이학회 회장인 저자는 이런 헤밍웨이를 냉정한 이기주의자라고 은근히 꼬집는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를 자양분 삼아 펼친 치열한 경쟁의식의 소산에 대해선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주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영원하다는 말을 되뇌게 하는 책이다. 원제 ‘Hemingway vs. Fitzgerald’(1999년).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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