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디자이너 고바야시 씨 “먹빛처럼 소박한 삶을 배웁니다”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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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먹물염색과 손 누빔에 반했다는 일본 패션디자이너 고바야시 준코 씨. 그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아트 스페이스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훈구  기자
한국 전통 먹물염색과 손 누빔에 반했다는 일본 패션디자이너 고바야시 준코 씨. 그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아트 스페이스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훈구 기자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한국 스님의 회색 옷을 처음 봤을 때.”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고바야시 준코(小林順子·62) 씨는 11년 전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995년 5월 그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우연히 회색 무명옷을 입은 한 스님과 마주쳤다.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단순함, 화려하지 않아도 존재감이 넘치는 먹빛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그때부터 먹물로 염색한 옷을 만들기 시작했죠.”

고바야시 씨는 종로구 관훈동 가나아트 스페이스에서 31일까지 조각보 작가 문혜경 씨와 함께 ‘한국의 마음, 일본의 손길’이라는 의상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 명칭은 옛 옷을 만들던 한국 여인의 마음을 일본인의 손길로 재해석했다는 뜻이라고 한다.

전시회에는 한국 전통의 먹물염색 기법과 손 누빔을 활용해 만든 옷들이 선보였다. 인도와 네팔의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먹빛의 회색은 풍요로운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잊고 있던 ‘간소함’을 일깨우죠. 포용하는 힘도 있습니다. 어느 천과도 잘 어울리거든요. 농담(濃淡)의 매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먹물염색은 말 그대로 먹을 갈아 만든 물에 천을 담가 색을 입히는 기법. 가정에서도 쉽게 염색할 수 있다고 한다.

물을 가열하지 않고, 화학물질을 더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과 몸에 해가 적다. 요즘말로 ‘로하스(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생활패턴)’ 스타일인 셈이다.

고바야시 씨는 “한국 인도 등 아시아 전통 의상에는 흙냄새와 햇볕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면서 “전시회를 통해 한국 문화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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