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계보' 속 강우석의 DNA는?

  • 입력 2006년 10월 25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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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이 변했다고?"

16일 개봉된 영화 '거룩한 계보'를 보고 나온 관객의 갑론을박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중적으로 변했다." "그래도 스타일은 살아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 '아는 여자' '킬러들의 수다' 등을 통해 독특한 상상력과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우연들로 소위 '장진 스타일'을 구축한 그가 진짜 변했을까?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이 영화는 장 감독이 강우석 감독과 설립한 영화사 KnJ에서 제작한 두 번째 영화(첫 작품은 '한반도'). KnJ 설립 이후 장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영화 첫 부분에 나오는 '기획 강우석'이란 자막, 과연 장진의 기발함 속에 강우석의 DNA는 얼마나 녹아 있을까?

장 감독이 애초에 기획한 엔딩은 '장진 스타일'답다. 동치성(정재영)과 두목 김영희(민지환)의 대치 상황에서 치성이 두목의 차의 앞 유리를 각목으로 내려치자 에어백이 터져 두목이 쇼크사한다는 것. 그러나 강 감독은 "관객들이 황당한 결론에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며 김주중(정준호)이 친구인 치성을 위해 두목을 총으로 쏘는 장면으로 바꿨다.

감옥에 간 치성이 방 동료들과 탈옥을 하기 위해 땅굴을 파는 장면도 강 감독의 리얼리즘이 반영됐다. 장 감독의 원래 시나리오에는 죄수들이 땅굴을 파다 관을 발견하고 여기서 화려한 금관을 발견하자 죄수들이 기뻐하는 장면을 설정했지만 강 감독의 지적에 영화에 포함되지 않았다. 장 감독은 "리얼리즘의 측면에서 다소 과한 것 같아 강 감독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과정에서도 강 감독의 리얼리즘 주장은 이어졌다. 편집 과정에서 조연급 주연을 맡은 정준호를 본 강 감독이 "마지막 장면에서 정준호가 두목에게 총을 쏘는데 영화 내내 무기력하다가 갑자기 총을 쏘는 용기가 나올까?"라며 정준호에게 '깡'을 심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 이에 두목의 실장에게 들이대거나 욕설을 하는 등 정준호의 캐릭터가 드러난 장면이 추가가 됐다.

장 감독은 "이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대중성을 고려한 작품으로 강 감독은 나의 단점을 많이 보완해주었다"면서도 "장진이 변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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