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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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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목소리는 최초의 악기였다. 특히 중세 교회에서는 악기 연주가 허용되지 않았기에 신을 찬양하는 음악은 반주 없이 사람의 목소리로만 이뤄졌다. ‘아카펠라(a capella)’는 ‘예배당식으로’라는 뜻. 이 때문일까. 무반주로 여러 성부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카펠라 합창에서는 티끌마저 허용하지 않을 듯한 순수가 느껴진다. 깊어가는 가을, 천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합창단들의 내한공연이 이어진다.
○ 러 국립카펠라 합창단 26, 27일 일산-성남서
“러시아 음악의 토대는 합창입니다. 특히 남성들의 ‘옥타바’(베이스보다 한 옥타브 낮은 극저음)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영토에서 찾을 수 있는 특유의 소리로, 마치 ‘살아 있는 메머드’처럼 드물게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카펠라 합창단 지휘자 체르누센코)
러시아 정교회의 예배는 약 70%가 합창으로 이뤄진다. 사제도 의무적으로 성악을 배워야 할 정도로 음악의 비중이 크다. 26, 27일 열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카펠라합창단의 내한공연에서는 러시아 음악의 뿌리인 종교 합창 음악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옥타바 성부 8명의 극저음이 깔리는 가운데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숭고한 목소리를 듣노라면 속세에 찌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527년 전통의 유서 깊은 카펠라 합창단은 글린카, 발라키레프, 림스키코르사코프, 므라빈스키 등 러시아 최고의 거장들이 지휘를 맡아 왔다. 1824년 3월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초연했고, 차이콥스키의 ‘베스페르’와 라흐마니노프의 ‘리투르기’ 같은 러시아 정교음악의 초연을 맡았다.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 카펠라 합창단은 탄생 100주년을 맞은 쇼스타코비치의 합창음악과 러시아 민요와 로망스도 연주할 예정이다. 26일 8시 일산 광성교회, 27일 8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2만∼4만 원. 02-774-0407, 031-783-8022
○ 생 마르크 합창단 27∼29일 국립중앙박물관
영화 ‘코러스’에서 들었던 청명한 노랫소리의 주인공 프랑스 리옹의 ‘생 마르크 합창단’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내한공연을 한다. 27∼2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10∼15세 소년소녀로 구성된 생 마르크 합창단은 1992년부터 푸르비에르 사원의 성가대로 활동하며 매주 미사와 종교의식에서 그레고리안 성가부터 20세기 현대음악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솔리스트였던 장 바티스트 모니에는 영화에서 주인공 ‘모랑주’ 역으로도 출연했다. 생 마르크 합창단은 이번 내한공연에서 ‘밤(la nuit)’, ‘너의 길을 보아라(Vois sur ton chemin)’, ‘바다의 손길’ 등 영화 속 노래와 신곡 등을 부를 예정이다. 3만∼7만 원. 1544-5955
한편 올해 창단 100주년을 맞은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도 21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 22일 오후 7시 KBS홀에서 내한공연을 한다. 02-523-5391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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