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1>羊質虎皮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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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漢)대의 양웅(揚雄)이 지은 법언(法言)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양이 호랑이의 가죽을 덮어쓰고 호랑이 흉내를 내며 다녔다. 양은 풀을 보면 뜯어먹었고, 승냥이를 보면 무서워 벌벌 떨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 ‘羊質虎皮(양질호피)’이다. ‘羊’은 ‘양’이라는 뜻이다. ‘質’은 ‘바탕, 본래 그대로의 성질’이라는 뜻이므로 ‘素質(소질)’은 ‘본래의 성질’이라는 말이 되고, ‘品質(품질)’은 ‘물건의 본래 성질’이라는 말이 되며, ‘氣質(기질)’은 ‘성질의 본래 바탕’이라는 말이 된다. ‘素’는 ‘본래’라는 뜻이고, ‘品’은 ‘물건’이라는 뜻이며, ‘氣’는 ‘성질’이라는 뜻이다. ‘虎’는 ‘호랑이’, ‘皮’는 ‘가죽’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羊質虎皮’는 ‘양의 성질과 호랑이의 가죽’이라는 말인데, 이 이야기가 나온 법언의 내용을 참고하면 ‘양의 본질을 바꾸지 못한 채 호랑이의 가죽을 뒤집어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변화는 없다는 말이다.

사람은 가끔, 아는 것이 적으면서도 많이 아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싶을 때가 있다. 또 가끔 가진 것이 적으면서도 많이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러한 행동을 하면 정말 많이 아는 사람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되며, 많이 가진 사람도 그것이 거짓임을 금방 알게 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본질을 바꾸어 가는 것이다.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변화는 없기 때문이다. 본질을 바꾸어 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처럼 확실한 방법도 없다. 어떤 방법은 쉽지만 결과가 보장되지 않으나 본질을 바꾸어 가는 것은 비록 어렵지만 결과가 확실하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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