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리움에 가면… ‘마크 로스코’ vs ‘백남준’

  • 입력 2006년 6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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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띠’(1955년) ⓒ ARS, NewYork-SACK, Seoul, 2006 사진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
‘붉은색 띠’(1955년) ⓒ ARS, NewYork-SACK, Seoul, 2006 사진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
‘스키타이 왕 단군’(1993년)
‘스키타이 왕 단군’(1993년)
▼색채 속으로…색면 추상의 대가 마크 로스코▼

문제1. 지난해 11월 뉴욕 경매에서 이 작가의 유화 ‘마티스에게 보내는 경의’가 약 235억 원에 팔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 미술품 경매로는 세계 최고가를 기록한 이 작가의 이름은?

문제2. 지난해 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프라임 러브’에서 여주인공 역의 우마 서먼은 연하의 애인이 초대한 자리에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감격한다. 큰 화폭에 검은색과 흰색의 네모를 그려낸 이 작가는 누구일까?

답은 마크 로스코(1903∼1970). 잭슨 폴록과 함께 미국 추상표현주의 양대 산맥이자, 20세기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로 평가된다. 추상표현주의의 한 갈래인 ‘색면 추상’의 대가답게 그의 미학적 비밀은 색채에 담겨 있다. 절대와 순수를 표현하는 색을 통해 그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표현할 만큼 풍부한 색감’, ‘이 지상의 것이 아닌 우주적인 창조의 공간’으로 상징되는 아름다운 추상회화를 남겼다. 미술 애호가들이 기다려 온 ‘마크 로스코: 숭고의 미학’전이 22일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막을 올린다. 국내 첫 로스코전이며,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와 공동으로 마련한 회고전 성격의 전시다. 미국에서 건너온 27점과 리움 소장품 3점을 통해 1920∼70년 예술적 양식의 변모를 살펴볼 수 있다. 건축학적 구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지하철 판타지’(1940년) 등 구상적 이미지가 담긴 초기 작품부터 독자적 양식을 구축한 1950년경 이후의 시기별 대표작들까지 만날 수 있다.

그는 생애 마지막 20년간 ‘단순한 표현 속의 복잡한 심정’이라는 자신의 이상을 구체화했다. 이번 전시에선 ‘붉은 색 띠’(1955년)와 ‘무제’(1956년) ‘무제’(1969년) 등 이 시기의 대작을 한 코너에 모았다. 고요한 명상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단순한 색채 대비처럼 보이지만 여러 번 덧칠된 색색의 사각형들은 밝음과 어둠의 대조를 통해 극적인 혹은 시적인 분위기 등 다채로운 드라마를 펼쳐 낸다. 리움의 우혜수 선임연구원은 “밝은 색은 뿜어져 나오는 듯 빛을 발하고 어두운 색은 빨려 들어갈 듯한 깊은 공간감을 보이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경계가 불확실한 사각형이 떠 있는 단순한 그림이 왜 그렇게 좋다는 건지, 작품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로스코는 감상자가 자기식으로 작품과 교감하고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신과 열망이 모두 있다면 (작품과 감상자 사이에) 진정한 교류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월요일 휴관). 관람료 일반 5000원, 초중고교생 3000원. 예약 02-2014-6901(www.leeum.org).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로스코는:

유대인으로 10세 때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뿌리 뽑힌 어린 시절 겪은 혼란에서 비롯된 상실감과 소외감은 평생 그를 괴롭혔다. 예일대에서 잠시 수학한 뒤 뉴욕으로 옮겼다. 인간의 집단 광기를 드러낸 2차 세계대전과 물질주의가 팽배하던 시대를 겪으면서 로스코는 ‘모든 시대의 모든 신화에 보편적인 비극적, 종교적 드라마’를 색채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로스코 작품의 영원한 주제는 ‘숭고미’로 요약된다. 인간 조건의 비극성을 탐구했던 그는 자신의 삶도 자살로 마감했다.

▼상상 속으로…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는 백남준(사진)을 기리는 ‘백남준에 대한 경의’전이 ‘마크 로스코’전과 동시에 열린다.

이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구성된 특별 전시로 ‘나의 파우스트 3점’(1989∼91년) ‘스키타이 왕 단군’(1993년) ‘TV 물고기’(1994년) ‘보이스 자동차’(1995년)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며 중 일부’(1997년) 등 14점이 전시된다. 로스코 전시장의 아래층에서 열리는데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백남준의 전위 영상 예술을 감상하고, 자동차 등을 활용한 대규모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이 중 ‘스키타이 왕 단군’은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독일관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마치 자동차 헤드라이트 같은 커다란 초록색 눈과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제스처의 단군상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 준다.

‘TV 물고기’는 나란히 배열된 TV 모니터 앞에 실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어항을 배치한 작품. 비디오 이미지와 현실 속의 물고기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역동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 준다.

백남준의 창의적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전시도 마련했다.

전시 기간 22일∼9월 10일. 마크 로스코전이나 리움 미술관 상설전을 관람할 경우 무료로 볼 수 있다. 목요일은 예약 없이 입장 가능.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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