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개표방송도중 오락프로 ‘빈축’…MBC “계획됐던 것”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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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 개표 방송을 앞두고 “빠르고 정확한 선거 결과 예측보도를 하겠다”고 홍보했던 KBS, MBC, SBS. 그러나 대전과 제주도 때문에 애를 먹었다. 대전시장과 제주지사 선거의 경우 1, 2위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기 때문.

특히 개표 시작 이후에도 두 후보가 수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1위 다툼을 한 제주가 복병이었다. TNS코리아와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에 공동으로 조사를 의뢰한 KBS와 SBS는 31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직후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가 42.3%의 득표율로 무소속 김태환 후보(42.1%)를 0.2%포인트 차로 앞설 것이라고 예측 보도했다.

그러나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독자적으로 당선자 예측 보도를 내보낸 MBC는 김 후보의 득표율(44.0%)이 현 후보(41.5%)보다 2.5%포인트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MBC는 개표방송 초기 제주의 경우 ‘경합’ 지역으로만 분류하고 우세 후보자를 지목하지 않다가 20여 분이 지나 예상 득표율을 발표함으로써 ‘오보’를 내지 않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보였다.

제주와 더불어 최대 경합지였던 대전 역시 예측 보도에 어려움을 겪은 곳. 지상파 3사의 조사 결과 박성효 한나라당 후보가 득표율 1위로 나타났지만 2위인 염홍철 열린우리당 후보와의 표차가 오차 범위 안에 들어 방송사들은 당선자를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방송사들은 다른 시도지사의 경우 개표가 10% 내외 진행된 상황에서 ‘당선 유력’ 또는 ‘당선 확실’을 예측했으나 대전과 제주에 대해서는 개표가 끝날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날 개표방송에서는 공영방송인 MBC가 개표 초기부터 사전 예고된 편성을 깨고 연예인을 출연시킨 월드컵 특집 방송을 내보내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MBC는 이날 오후 6시 개표방송을 시작한 뒤 6시 50분경부터 약 50분간 월드컵 관련 소식을 전하는 ‘웰컴 투 월드컵’을 내보냈다. MBC가 미리 발표한 편성표에는 이날 오후 4시 50분부터 8시 54분까지 ‘선택 2006 제4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개표방송 1, 2, 3부’를 방송한다고 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한훈기 편성기획팀 부장은 “출구조사 결과 여러 지역에서 경합이 벌어질 경우 계속 개표 방송을 하되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 방송을 하기로 사전에 계획했다”며 “출구조사 결과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나온 데다 당선 예상자에 대한 보도를 충분히 반복했다고 판단해 쉬어가는 의미에서 월드컵 방송을 내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MBC가 개표방송 도중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하자 MBC 인터넷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MBC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ID ‘안종현’ 씨는 “유권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우리 지역 개표 결과이지 월드컵이 아니다. 정신 차리고 개표방송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명희’ 씨도 “여당이 게임도 안 되니까 갑자기 편성 계획을 바꾼 것이다. 속 보이는 짓 그만하라”고 비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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