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세 곳에서 만나는 피카소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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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의 두가헌에서 열리는 피카소전에 나오는 유화 ‘촛불이 있는 정물(1944년)’. 사진 제공 갤러리 현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의 두가헌에서 열리는 피카소전에 나오는 유화 ‘촛불이 있는 정물(1944년)’. 사진 제공 갤러리 현대
요즘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 가면 검은 양복을 입고, 눈매가 날카로운 건장한 남자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유명 연예인이나 VIP 인사가 아닌,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그림을 수호하는 임무를 띤 ‘보디가드’들이다. 6월 4일까지 갤러리 현대의 두가헌에 열리는 피카소전에는 값비싼 유화들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명자 갤러리 현대 사장은 “상업 화랑에서는 처음으로 마련하는 피카소 유화전이라 흥분되고 가슴 설렌다”며 “워낙 귀한 작품들이라 낮뿐 아니라 밤까지 ‘24시간 철통 경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전시된 ‘촛불이 있는 정물’(60×92cm·1944년)을 비롯해 자화상, 정물화 등 1919년부터 1960년대까지의 유화만 13점이 소개된다.

사후 30여 년이 지났지만 20세기 미술의 거장 피카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국내외에서 뜨겁다. 4일 미국 뉴욕 소더비경매장에서는 피카소가 연인 도라 마르를 그린 초상화가 9520만 달러(약 895억 원)에 낙찰됐다. 미술품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었다. 그렇다면 1위의 기록은? 물론 피카소의 작품이다. 2004년 ‘파이프를 든 소년’이 1억416만8000달러(약 1218억 원)에 팔렸다.

국내에서도 갤러리 현대의 전시를 포함한 3개의 피카소전이 이번 주에 일제히 개막된다. 20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유화 50여 점을 비롯해 종이 작품과 판화 등 총 140여 점이 선보이는 ‘위대한 세기-피카소’전이 열린다. 갤러리 아트파크는 20일부터 6월 3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내 갤러리H에서 판화와 도자기 특별전을 연다.

‘위대한 세기…’전을 기획한 서순주 씨는 “피카소 유화의 경우 10억 원 이하의 작품은 전무하다”며 “전시 작품 총액은 약 5000억 원, 작품 보험료만 5억5000만 원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솔레르 씨 가족’(1903년)의 추정가는 500억 원, ‘거울이 있는 잠자는 여인’(1932년)은 300억 원을 호가한다.

이렇듯 고가의 작품이다 보니, 유화를 가져온 갤러리 현대 측도 “미술관이나 기업에서 사들여 한 점이라도 국내에 남기를 희망하지만, 꼭 팔기를 기대하고 가져온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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