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상상 이상’&‘이게 다일까?’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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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상/이슈트반 바녀이 지음/48쪽·1만800원·내인생의책(초등 3년 이상)

◇이게 다일까?/이슈트반 바녀이 지음/64쪽·9000원·문학동네어린이(초등 저학년)

글 없는 그림책 ‘줌(Zoom)’으로 찬사를 받았던 미국에 거주하는 헝가리 출신 작가 이슈트반 바녀이의 최근 작 ‘상상 이상(Over the Side·2005년)’과 ‘줌’에 이은 초기 대표작 ‘이게 다일까?(Re-Zoom·1995년)’가 나란히 출간됐다.

그의 그림책은 심지어 아동용이라고만 단정하기도 망설여진다. 보통 ‘글 없는 그림책’은 아이들이 그림만 보고 스스로 이야기를 꾸며 내도록 함으로써 논리력과 상상력을 북돋아 주지만 바녀이의 책에서 이야기 구조(플롯)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는 사물을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기’(‘상상 이상’) ‘거리 두고 바라보기’(‘이게 다일까?’)라는 다소 철학적인 콘셉트에서 출발해 어른과 아이 모두를 즐거운 ‘시각 여행’으로 이끈다.

‘상상 이상’은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바로 앞 장의 그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그림이 나타난다. 가령 공연장 객석에 앉아 있는 한 소녀가 커튼 사이로 얼굴을 내민 무대 위 피에로를 쳐다보는 그림을 한 장 넘기면, 그 다음 장에서는 무대 위 피에로가 커튼 너머로 객석에 앉아 있는 소녀를 바라보는 그림이 나오는 식이다. 누구의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도 전혀 다른 그림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말(글) 없이 가르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어딘가에 있는 작은 ‘연결 고리’로 전체 책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있는 것도 재미있지만 때론 어른들도 앞뒤 장을 다시 오가야 할 만큼 찾는 게 쉽지 않다.

‘이게 다일까?’는 마치 원근법을 반대로 진행하듯,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그림이 점점 멀어지며 새로운 그림의 일부가 된다. 활 쏘는 사람의 그림을 한 장 넘기면, 활 쏘는 사람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손목시계가 나오고, 다음 장에서는 그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의 손목이 보이는 식이다. 마치 그림으로 ‘끝말잇기’ 놀이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활 쏘는 그림에서 시작된 이 책은 이집트 피라미드, 밀림의 코끼리 여행, 어느 도시의 지하철까지 상상력의 힘을 빌려 종횡무진 넘나든다.

‘이게 다일까?’는 ‘상상 이상’보다 쉽고 단순하다. 책장은 훌훌 넘어가지만, 덮고 나면 ‘이게 다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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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님을 보여 주는 그림책 ‘이게 다일까?’. 활 쏘는 그림이 어느새 손목시계로, 또 손목시계를 찬 손으로, 손목시계를 찬 채 그림을 그리는 소년으로 이어진다. 사진 제공 문학동네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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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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