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별세]서울 부산 대전… 곳곳에 그의 숨결이…

  • 입력 200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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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백남준의 ‘금관’. 이 미술관이 백제토성에 위치한 것을 감안해 백제금관의 모양을 따서 만든 작품이다. 사진 제공 서울올림픽미술관
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백남준의 ‘금관’. 이 미술관이 백제토성에 위치한 것을 감안해 백제금관의 모양을 따서 만든 작품이다. 사진 제공 서울올림픽미술관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서울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 들어가면 가로 약 3m, 세로 약 11m에 이르는 대형 비디오 아트 작품이 관객들을 맞는다. 바로 백남준의 ‘서울 랩소디’란 작품. 설치에만 6개월이 걸린 이 대작은 국내 공공 미술관 및 건물에 있는 백남준의 작품들 중에도 특이하게 이미지들을 일렬로 배열하면서 전체를 하나의 단일체로 취급하는 ‘매트릭스’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 작품에 들어간 TV모니터는 총 280개.》

여기서는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바이바이 키플링’ 등과 서울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담긴 ‘서울 판타지아’ ‘네 마음속의 서울’ 등 서울 관련 영상이 번갈아 나온다. 그런데 이 중 2대의 모니터에는 꽤 야한 누드 영상이 담겨 있다. 가끔 이를 발견하고 놀라는 관객들에게 미술관 측은 “꽉 짜인 질서를 싫어하는 백남준의 해학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한다.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은 떠났지만 이렇듯 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우리 가까이에 많이 남아 있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백남준 작품의 목록이나 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250여 점으로 추정된다. 백남준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인 경기문화재단은 ‘TV피시’ ‘TV부처’ 등 67점의 작품을 비롯해 그가 작업한 비디오테이프 2285점과 백남준의 개인 스튜디오를 복원하기 위해 그의 손때가 묻은 연장과 장비함 등 개인사물 등을 소장하고 있지만 이를 보려면 내년 10월 미술관 완공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무심코 들어선 대형 빌딩의 로비에서 백남준의 TV모니터 설치작품을 접하기도 하지만 미술관을 찾는 것이야말로 그의 작품세계와 만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백남준의 분향소가 설치된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은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으로 설치된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 등 32점을 소장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9월 1층에 마련한 백남준 특별전 코너에 설치작품 8점과 드로잉 5점 등 13점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1일 서울시립미술관의 1층 로비에 전시된 백남준의 ‘서울랩소디’를 찾은 관람객들. 280개의 모니터 중 단 2개를 통해 매우 야한 누드 영상이 펼쳐져 관람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신원건 기자

서울올림픽공원 내 서울올림픽미술관은 올림픽을 주제로 만든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4점과 레이저 작품 1점을 소장하고 있다. 2층 비디오아트홀에 ‘메가트론’ ‘쿠베르탱’ ‘금관’을, 야외에 1점을 전시 중이다. 레이저 작품은 올림픽 공원 내 호수인 ‘몽촌해자’에서 상영하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쉬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44개의 모니터를 바탕으로 높이 3m, 길이 5m로 제작된 ‘덕수궁’을 감상할 수 있다. 이상수 학예연구사는 “1992년 백남준이 자신의 회갑을 기념하는 의미로 제작한 작품”이라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든 화면의 가짓수는 10만 개를 헤아린다”고 소개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정문을 들어서면 ‘비정수(fractal)의 거북선’이란 높이 4m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1993년 대전엑스포의 재생조형관에 설치된 작품을 2002년도에 이전해 왔다. 낡은 모니터와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 낡은 가전제품과 고물을 모아 거북선을 만들었다. 수명이 짧은 가전제품으로 오래 사는 거북을 표현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 이수정 학예연구사는 “백남준 작품의 경우 영상이 너무 빨리 움직여 눈으로 잡기 힘들지만 그런 만큼 볼 때마다 새롭고 지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설 미술관으로는 리움, 호암, 로댕갤러리 등 삼성문화재단 산하 미술관 박물관이 21점을 소장하고 있다. 또 12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로봇, 백남준에서 휴보까지’ 전시회를 찾으면 지하 1층에서 백남준의 로봇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술평론가 김홍희 씨는 “백남준의 경우 대중매체에서 사용한 이미지를 구성해 사용함으로써 대중예술과 고급예술의 구분을 없애는 시도를 하고 있어 관객들의 소통과 참여를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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