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회 이상문학상에 정미경씨 단편 ‘밤이여 나뉘어라’

  • 입력 2006년 1월 1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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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기자
이종승 기자
제30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정미경(46·사진) 씨가 ‘문학사상’ 지난해 12월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밤이여 나뉘어라’가 선정됐다. 2001년 늦깎이로 소설가로 데뷔한 정 씨는 5년 만에 주요 문학상의 하나인 이상문학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화가인 김병종 서울대 교수의 부인인 정 씨는 9일 이렇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집필실 삼아 얻어 놓은 반지하방에서 종일 글이 안 써져 울적하던 때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 기쁜 만큼 채무감이 생긴다. 내 집필실에선 자전거 바퀴와 행인들의 발만 보이는데 가끔 ‘막장’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캐낼 것은 석탄밖에 없는데, (이렇게 상을 주어) 보석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아닌지. 하지만 세상이 넓다는 게 위로가 된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밤이여 나뉘어라’는 성공한 영화감독이 어릴 적부터 연적이자 공부의 라이벌이었던 옛 친구가 살고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로 찾아간 이야기다. 성공을 거듭해온 의사인 옛 친구는 거기서 연인들이 사랑의 기억을 영원히 함께할 신약 ‘러브피아’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아내의 사랑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알코올 중독을 숨기고 있다.

정 씨는 이렇게 말했다. “2000년 사적으로 가슴 아픈 일이 생겨 북해 쪽으로 여행을 갔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속으로 괴로워해야 했던 기억이 오래 남았다. 지난가을 ‘마흔 다섯 살이 되면 귀신 서 있는 게 보인다고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뭘 해 왔나’ 자문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작품을 썼다. 이 소설은 탁한 물에 물감을 푼다는 느낌으로 고통과 불안, 열등감에 대해 썼다.” 소설가 최인석 전경린 김경욱 씨 등이 마지막까지 이 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상금은 3500만 원.

권기태 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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