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만화가 부부 강도하-원수연씨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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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위대한 캣츠비’의 고양이 ‘캣츠비’와 ‘풀하우스’의 ‘앨리’가 한 집에 산다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현실에서도 얼마간은 가능하다. 온라인 만화 ‘위대한 캣츠비’의 작가 강도하(36) 씨와 드라마 원작으로도 친숙한 인기 순정 만화 ‘풀하우스’의 작가 원수연(44) 씨는 부부이기 때문이다. 부인 원 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스타 만화가였지만, 1987년 만화잡지 ‘보물섬’으로 데뷔한 강 씨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았다. 하지만 올해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한 ‘위대한 캣츠비’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대한민국 만화대상’까지 수상하면서 남편도 아내 못지않은 ‘스타 만화가’가 됐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이들의 진짜 ‘풀하우스’를 방문했다.》

# 작가 대 작가 “여보~ 잘했어”

▽원수연=“여보∼잘했어!(웃음) 상보다는 당신이 처음 대중과 긴밀한 소통을 한 작품인 것 같아 기뻐.”

▽강도하=“우리 결혼할 때 ‘양지’의 만화가와 ‘음지’의 만화가가 결혼한다고 말이 많았지. 내가 이번에는 ‘알아먹게 그려 준다’고 그랬잖아.”

‘위대한 캣츠비’는 스물여섯 백수 캣츠비와 가난 때문에 캣츠비를 버리고 부자를 선택한 ‘페르수’, 새로운 연인 ‘선’, 캣츠비의 친구 ‘하운두’를 통해 철거촌에 사는 20대의 삶과 사랑을 다뤘다.

▽강=“청춘이 주인공이야. 20대에서는 모든 게 첫경험이잖아? 상처받고 상처주고…. 30대가 넘으면 알아서 피하지만 청춘은 다 휘둘리며 다 경험하고 아파하지. 그 청춘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 아직 시작도 안 한 거다, 다시 처음이라고.”

문화평론가들은 △절제된 언어와 세련된 그림 △컴퓨터 스크롤(scroll)에 적합한 상하 편집 △영화 카메라로 보는 듯한 입체적인 구도 등 ‘위대한 캣츠비’가 온라인 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주인공 라이더와 앨리의 결혼 후 이야기인 ‘풀하우스2’도 인터넷에 연재 중이다.

# 남편 대 아내 “당신 만화 하나도 안 봤지”

1997년 처음 알게 된 두 사람은 여덟 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2000년 결혼했다. 아이는 둘.

▽원=“당신, 처음엔 너무 튀고 건방져 보였어. 호기심으로 만나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진지함이 느껴지더라고.”

▽강=“1997년에 만화책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규제받을 때 기억나? 시위대에 있는 당신을 우연히 발견했어. 그때가 시작이었지.”

이들은 부부지만 작가 대 작가로 서로의 작품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결혼 전이나 후나 당신 만화 하나도 안 봤어. 하도 주변에서 ‘어떻게 아내 작품을 안 보냐’ 해서 ‘풀하우스’만 밤새우며 봤지.”

▽원=“부부싸움 해서 내가 말을 안 걸어줘 심심하니까 어쩔 수 없이 본 거지.(웃음) 당신이 어쩌다 작품에 관해 말하면 겉으로는 안 듣는 척하지만 누구 말보다 기억에 남아.”

사람들은 두 사람의 만화가 사랑하는 사람의 심리를 절절히 집어낸다고 칭찬한다. 아는 만큼 표현한다는데 서로 과거에 대한 의심이 없을까?

▽강=“절절하다고 모두 작가의 경험치로 연결하는 건 오류지. 풀하우스 보고 내가 ‘이 여자 결혼 전에 이런 경험 많나 보지’라고 생각할까?”

▽원=“순정 만화가들 반 이상은 연애 경험 없잖아. 상상력이 오히려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경험 못하면 판타지가 생기거든.”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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