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의 재즈천국으로 놀러오세요”…CBS ‘올 댓 재즈’ 이정식

  • 입력 2005년 12월 15일 03시 10분


홍진환 기자
홍진환 기자
“국내 유일의 데일리 재즈 프로그램 올 댓 재즈. 오늘 마지막 곡은 ‘시핑 앳 블루스’… 아 죄송합니다. ‘시핑 앳 벨스’네요. 이 곡 들으면서 마감하겠습니다.”

13일 밤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 라디오국의 한 부스. 진행자인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李廷植·44·수원여대 대중음악과 주임교수) 씨의 영어 발음은 둔탁했다. 진행은 투박했다. 매끄러운 것이란 찾아볼 수 없는 이 프로그램. 그러나 청취자들은 오히려 푸근한 옛 친구를 만나는 듯한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CBS FM(93.9MHz)의 장수 프로그램인 ‘이정식의 올 댓 재즈’(0시∼오전 2시)가 16일 0시로 10주년을 맞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알려지지 않은, 어려운 곡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재즈의 대중화를 오히려 막는 일이었어요. 지금은 애시드 재즈, 뉴에이지 등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995년 12월 16일 ‘0시의 재즈’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이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재즈=마니아 음악’이라는 인식, 청취율 저조 등의 이유로 2004년 5월에는 ‘올 댓 재즈’로 제목이 바뀐 채 오전 2시로 편성 시간이 바뀌었다. 그러나 열혈 청취자들의 성원으로 올해 9월 원래의 자정 시간대로 돌아왔고 방송 시간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났다. 9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정우식 PD는 10년 전 ‘0시의 재즈’ 시절 열혈 청취자였다.

“얼마 전 한 청취자에게서 e메일을 받았어요. 10년 전 중학생이었다는 이 청취자가 대학 졸업 후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제 프로그램이 아직도 ‘살아’있다며 너무 고맙대요. 오히려 제가 더 고마웠어요. 한때 폐지설까지 나왔던 프로그램이었는데…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이정식의 올 댓 재즈’는 10주년 기념으로 10명의 국내 재즈 아티스트가 선곡한 재즈곡을 듣는 ‘재즈 이즈 마이 라이프’ 코너를 16일까지 방송한다. 방송 10주년 기념 음반 ‘언제나 재즈처럼’도 15일 발매할 예정이다.

“10대 위주의 라디오 프로그램 사이를 비집고 10년을 방송했습니다. 20년이 지나도 늘 어눌한 말투로 ‘내일 또 뵙겠습니다’라고 마지막 멘트를 하고 싶어요. 우리 프로그램의 모토인 ‘당신이 꿈꾸던 재즈 천국’을 만들 그날까지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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