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佛망명 유대인 여성작가의 피란여정…‘프랑스 조곡’

  • 입력 200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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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조곡/이렌 네미로프스키 지음·이상해 옮김/544쪽·1만3000원·문학세계사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르노도 상을 지난해 받은 소설이다. 이 상은 생존 작가에게만 주어져 왔는데, 작가인 네미로프스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에서 살해됐다. 그녀가 숨지기 전에 써 왔던 마지막 원고들을 딸이 보관하고 있다가 지난해 출간한 것이다.

러시아의 부유한 금융인의 딸이었던 네미로프스키는 프랑스로 망명 온 유대인 여성 작가였다. 독일군이 파리로 쳐들어오자 박해를 피해 시골로 피란을 가는데 이 여로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면모가 예리하면서도 깊숙하게 그려졌다. 결국 이 소설은 완성되지 못한 상태로 끝나는데 뒷부분에 추가된 집필 계획과 메모는 죽음을 예고하는 위험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필력을 이어나가려는 한 여성의 작가 혼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 나이 든 ‘안네 프랑크의 일기’처럼 읽힌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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