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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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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더스푼을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예상과 달리 그녀는 지적이며 진지했고, 무엇보다 얼굴이 사과 한 쪽 크기밖에 안 되는 듯했다.
―영혼이 있다고 믿나?
“오래전 뉴욕에서 연극을 할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보았다. 리허설이라 객석에 아무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할아버지가 보이는 게 아닌가. 난 죽은 자의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지… .”
―그때 할아버지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아마도 ‘넌 너무 워커홀릭(일중독)이야’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하.”
영화 속 이미지 탓에 국내에선 위더스푼에 대해 ‘수다스럽고 머리가 나쁠 것 같지만 정말 깜찍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미국인들은 ‘신분 상승’과 ‘자기 관리’란 단어를 떠올린다. 미국 남부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명문 스탠퍼드대 영문과를 나와 미남 배우 라이언 필립(31)과 결혼하며 화제를 뿌렸다. 딸 에바(5) 양과 아들 데콘(2) 군을 두면서 그 흔한 스캔들 하나 흘리지 않는 자기 관리로도 유명하다. 이날도 그녀가 가장 즐겨 사용한 단어는 ‘경력(My career)’과 ‘가족(My family)’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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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당신은 프로페셔널하고 당찬 여성 캐릭터로 나온다. 당신 스스로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
“내겐 딸이 있다. 나는 (관객보다) 내 아이에게 ‘보이고자’ 노력한다. 강하고 성취감 강한 배우이자 엄마가 되고 싶다. 나에겐 그게 중요하다.”
―아이들은 엄마의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나.
“얼마 전 차에서 내리는 딸을 파파라치가 촬영했다. 옆에 있던 딸 아이 친구가 ‘저 사람이 왜 네 사진을 찍지?’라고 물었는데 딸은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더라. ‘다 그런 거지 뭐.’(웃음) 너무 귀엽지 않은가. 걔는 달관했다.”
이때 휘핑크림이 잔뜩 얹힌 카푸치노가 위더스푼 앞에 놓였다. 커피를 슬쩍 보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다급히 뛰어온 매니저가 블랙커피를 다시 가져왔다. 위더스푼은 한 모금 마시더니 “그런 건(크림) 소리 지르고 싶을 정도로 싫어요. 살쪄요” 했다. 기자는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론 ‘참 독하다’고 생각했다.
―코미디가 어울린다. 본인 스스로도 재밌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모르겠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 그대로를 믿지만 가끔은 다른 모습도 있다. 코미디에서 중요한 건 편안함이다. 관객들이 내가 하는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이 즐겁다.”
―영화 속에서 당신은 남자를 집에서 몰아내기 위해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데….
“5개월간 3명의 노래 코치에게 매일 3∼10시간 레슨을 받은 거다.(웃음) 배우면서 많이 울고 소리도 질렀다. 난 사실 노래에 재주가 없다. 어릴 때는 컨트리 가수가 꿈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또다시 로맨틱 코미디 제안이 들어온다면….
“이제 나이도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더 해야지.(웃음) 로맨틱 코미디는 여주인공을 언제나 사랑스럽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니까.”
로스앤젤레스=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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