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37년만에 찾아온 ‘휴일’…故이만희감독 미공개작 공개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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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만희 감독의 영화 ‘휴일’. 사진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고 이만희 감독의 영화 ‘휴일’. 사진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최초로 일반에게 공개된 고(故) 이만희 감독(1931∼1975)의 영화 ‘휴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올해는 한국영화의 전설적 존재인 이 감독이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되는 해. PIFF가 마련한 ‘이만희 감독 회고전’에 선보인 ‘휴일’은 1968년 제작되었으나 지금까지 햇빛을 보지 못했다. 제목만 전해졌을 뿐 필름의 존재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던 이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과 부산영화제 측이 영상자료원 창고를 뒤진 끝에 극적으로 발견해 37년 만에 세상과 만나게 됐다.

‘휴일’이 수십 년간 어둠에 묻혀 있던 연유는 당시 당국이 이 영화를 검열하면서 “암울하고 퇴폐적”이라며 상영 금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 이 작품은 가난한 두 주인공 허욱(신성일)과 지연(전지연)의 절망적인 사랑을 소재로 했다. 검열 당국이 문제 삼은 부분은 상심하는 허욱과 함께 고목나무를 클로즈업한 장면. 주인공의 자살을 암시하는 장면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당국은 제작사 측에 “주인공이 취직을 하거나 군대에 가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마무리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제작사는 이를 거부하고 ‘상영 포기’를 택하면서 영화는 역사의 그늘 속에 파묻혀 버렸다.

이 영화를 기획 제작했던 전옥숙 씨는 “세 차례의 검열에서 모두 당국의 요구를 거부한 뒤 아예 개봉을 하지 않았다”며 “1960년대에 검열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개봉하지 않은 영화는 이 영화가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영화 제작 환경에 환멸을 느껴 영화 제작업을 접었다”고 술회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전차 레일이 끝나는 지점에 선 주인공이 중얼거리듯 내뱉는 한마디는 어쩌면 어두운 시대상황 속에서 갈등하던 이 감독 자신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이제 날이 샐 텐데…. 날이 새면 뭘 해야 할까…. 머리나 깎아야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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