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추모사진집’에 실린 친필엽서, KBS “첫 공개”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연합뉴스
KBS가 고 손기정(孫基禎) 선생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후 한국의 친구에게 비감한 심경을 담아 보낸 친필엽서를 최초로 공개한다고 발표했으나 사실은 지난해 발간된 추모 사진자료집에 수록된 엽서의 사진을 촬영한 것(사진)으로 밝혀졌다.

KBS는 27일 2TV 오락프로그램 ‘스펀지’ 100회 특집 보도자료를 통해 “10월 1일 방영할 특집에서 손 선생이 금메달을 딴 후 친구에게 보냈던 친필엽서를 통해 금메달을 딴 당시 심경과 슬픔을 최초로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KBS는 엽서 사진을 일부 언론사에 제공했다. 이 엽서에는 ‘슬푸다!!?’라는 단 한 단어가 오륜 마크 밑에 쓰여 있다. 당시 식민지배하에서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뛰었던 손 선생이 느낀 망국의 한과 비감한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스펀지 제작팀 관계자는 “손 선생이 마라톤 우승 후 받은 물품과 관련한 기획을 준비하던 중 손 선생의 외손자 이모 씨에게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씨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할아버지가 보낸 엽서를 갖고 있었던 적이 없으며 KBS에 제공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얼마 전 ‘스펀지’ 제작팀이 손기정기념재단을 방문해 할아버지가 썼던 청동투구 등에 대해 물어보기에 지난해 발간된 ‘손기정이 달려온 길’(서울셀렉션 발간)이란 사진자료집을 취재팀에 줬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발언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스펀지’ 제작팀은 “이 씨에게서 입수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듭된 확인 요청에 제작팀의 다른 관계자는 “이 씨에게서 받은 사진자료집을 촬영한 것”이라며 “우리는 엽서를 공개한다고 발표했지 엽서를 입수했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