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임정아 PD “진호 자장가는 트로트”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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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장애인 수영선수 김진호 군(왼쪽)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중 ‘진호야 사랑해’ 코너를 담당한 임정아 PD. 사진 제공 MBC
자폐장애인 수영선수 김진호 군(왼쪽)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중 ‘진호야 사랑해’ 코너를 담당한 임정아 PD. 사진 제공 MBC
“진호 왔어요. 힘들었어요.(웃음) 누나∼, ‘누구게’ 놀이 해 주세요.”

13일 오후 인천공항. 체코 리베레츠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배영 200m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귀국한 자폐장애인(발달장애 2급) 수영선수 김진호(19·부산체고) 군이 MBC 오락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 ‘진호야 사랑해’ 코너를 제작한 임정아 PD에게 처음 던진 말이다.

‘누구게’ 놀이는 김 군과 임 PD가 촬영 중 즐겨했던 놀이로 제작진 중 한 명이 진호의 눈을 가리고 목소리를 바꾸어 ‘누구게?’ 하면 진호가 눈 가린 사람을 맞히는 게임. ‘진호야 사랑해’(6월19∼8월 21일)는 김 군이 이 대회에 도전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자립훈련을 감동적으로 그려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임 PD를 만났다.

“귀국하자마자 인터뷰를 너무 많이 해 힘들었나봐요. 잠시 논 후 진호가 평소 촬영 도중 쉴 때 듣던 노래(태진아 ‘동반자’, 노이즈 ‘상상 속의 너’)를 MP3에 담아 들려줬어요. 진호가 트로트와 댄스를 좋아하거든요. 듣더니 바로 잠들어버렸어요.”(임 PD)

김 군이 세계 대회에서 금, 은, 동메달을 따며 화제가 된 후 ‘진호야 사랑해’ 제작팀은 누구보다 감동했다.

“코너의 마지막을 체코 대회에 맞출지 여부를 놓고 고민했어요. 진호의 메달 가능성도 충분했고 감동적인 장면을 촬영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경기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말에 방송 제작을 대회 전에 중단했습니다.”

시청률 측면에서 가장 탐나는 장면을 포기한 것은 제작진과 김 군과의 우정 때문. 김 군은 임 PD를 아예 누나라고 부른다. 매주 촬영이 끝난 후 김 군과 스태프는 노래방에 갈 정도로 친해졌지만 첫 촬영은 무척 힘들었다.

“진호는 촬영이 뭔지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단지 서울에서 내려온 새로운 형, 누나가 좋을 뿐이었죠. 진호는 자연스러운데 나만 대본 잡고 불안해한 것 같았어요. 있는 그대로 진호를 보여주면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죠.”

임 PD는 대회 장면과 미공개 훈련 장면 등을 담은 특집 코너(18일 오후 6시)로 진호와의 피날레를 준비 중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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