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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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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we)라는 말이 얼마나 좋은가. ‘나’는 이기적이기 쉽고 ‘너’는 무관심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우리’는 이런 위험성을 초월한다. 먼 산길을 너와 나, 우리가 함께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외환위기를 우리가 함께 해결했다는 일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이었는가. 우리는 보통 ‘내 나라’ ‘내 가족’ ‘내 아들’ ‘내 집’ 등 1인칭 단수 소유격 단어보다 ‘우리나라’ ‘우리 가족’ ‘우리 아들’ ‘우리 집’ 등 1인칭 복수 소유격 단어로 말하기를 더 좋아하지 않는가.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we)’를 ‘우리(pen)에 갇힌 우리(we)’로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도 승객들을 볼모로 조종사들이 파업을 하고, 사주들은 마치 자기 주머니의 돈이 나가는 것처럼 아까워 ‘남 줄 바에야 재나 뿌리겠다’는 식으로 버티고, 주민들은 자기 동네 가까이 납골당이 세워지면 보상을 받겠다고 일단은 반대 데모부터 해대고, 정치인들은 당선에 빨간 불이 켜지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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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깊이 ‘우리’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다. 이 좋은 우리(we)를 우리(pen)로 만들어야 하겠는가. 우리(pen)를 치지 않는 우리(we)가 진정한 우리(we)다.
정승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예손교회 담임목사·합동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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