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쉿! 어둠속에서 귀신을 본적 있나요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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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은 있을까 없을까.

귀신을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최근 개그우먼 박희진이 자유로(경기 고양시 행주대교 북단에서 문산읍 자유의 다리에 이르는 고속화도로)에서 귀신을 봤다고 해 한때 ‘자유로 귀신’이 인터넷 검색어 1위가 됐다. 공포 영화를 찍은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귀신을 봤다고 말할 때도 있다. 촬영 때 느낀 공포로 인한 허상인지, 아니면 진짜 귀신을 본 것인지 알 순 없지만.

그러나 귀신이 있든 없든 사람들은 귀신 이야기를 즐긴다. 여름철 납량특집이라며 귀신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쏟아지는 것도 ‘귀신의 흥행 효과’ 덕분이다.

한밤 폐교체험…귀신은 있을까
[주의:노약자나 임산부는 보지 마세요]

기자는 귀신을 본 적 없으며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귀신의 실존과 이를 믿는 이들에 대한 궁금증은 여느 독자 못지않다. 정말 그들은 귀신을 볼 수 있는 것일까.

기자는 본보 대학생 인턴 기자들과 함께 귀신을 본다고 주장하는 세 명을 서울 용산구 후암동 옛 수도여고 건물과 동아일보사 등에서 각각 만나 ‘귀신 체험’을 해봤다. 귀신을 본다는 세 명의 이름은 특정인을 홍보하거나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어 밝히지 않는다. 》

○ 한밤의 폐교 체험

귀신을 쫓는 퇴마사 장모(34·여) 씨는 “귀신은 저승에 가기 싫어 해 저승사자를 피해 사람의 몸이나 액자 뒤, 인형 속 등에 숨어있다”고 말한다. 또 귀신은 어디에나 있지만 떠돌이 귀신들은 폐교나 흉가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고.

그와 함께 폐교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장소는 옛 수도여고 건물. ‘여고괴담 3’의 대부분, ‘주홍글씨’의 경찰서 장면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13일 오후 10시,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동아닷컴 인터넷방송팀과 함께 출발했다. 비가 올듯 말듯 꾸물꾸물한 날씨, 동아닷컴 서중석 기자는 머리만 있는 할아버지 귀신을 봤다는 둥 가로등 아래에서 소녀 귀신을 봤다는 둥 믿을 수 없는 얘기로 분위기를 썰렁하게 했다.

장 씨는 그의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이미 도착해 있었다.

“2층에서 무언가 휙휙 지나다니고 있어.” 그의 말에 다들 긴장했다.

안으로 들어갔다. 곳곳에 쳐진 거미줄과 먼지가 뿌옇게 앉아 뒹굴고 있는 의자들, 폐교의 으스스한 분위기에 압도됐다. 2층으로 올라가니 경찰서 세트가 남아있었다. 순간,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덩달아 모두들 “꺅!”. 장 씨는 그곳에서 강한 기가 뿜어져 나온다며 아까 본 귀신인 것 같다고 했다. 인턴기자 송하림(고려대 신문방송학과 4년) 씨는 “선배의 비명 소리가 더 무섭다”며 기자에게 불평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것은. 그러나 왠지 목이 뻣뻣해지는 느낌에 연방 뒤를 돌아보게 됐다. 복도 끝의 어둠 속에 뭔가 있을 것만 같았다.

2층 복도 끝에 다다랐을 때 누군가가 또 비명을 질렀다.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 모두들 숨을 죽였다. “우우우∼”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다들 장난치지 말라며 서로 짜증을 냈지만 장난쳤다고 하는 이는 없었다. 바람소리일까.

4층에 ‘절대 출입금지’라고 써 있는 문 앞, 인턴기자 황준연(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영학과 4년) 씨는 뻥 뚫려 있는 문구멍 속을 들여다보다 “악” 소리를 냈다. 뭔가 하얀 것이 스쳐 지나갔다는 것. 장 씨는 그 안에 소복을 입은 여자 귀신이 있다며 대화를 시도했다. 귀신이 시끄럽다며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는 게 장 씨의 주장.

시간이 지나니 무서움은 덜해졌다. 연방 귀신이 있다는 장 씨의 설명을 듣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모두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상황이 코미디같았다. 귀신이 있든 없든 적어도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지하실에 서 기자, 인턴기자 김관(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4년) 씨와 함께 들어갔다. 서늘한 데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지하실은 공포의 극치. 갑자기 또 무서워졌다. “앗, 저거 봐” “꺄∼악!”.

눈물이 났다. 그런데 다른 두 명은 기자를 보고 낄낄 웃고 있었다.

‘혹시 이것들이 귀신 아냐?’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신성미(오른쪽) 임우선 씨가 무속인을 찾아 신점을 체험해 보고 있다. 강병기 기자

○ 혼을 부르다

유체이탈 전문가이며 명상가인 김모(46) 씨는 유체이탈을 통해 자신의 혼이 몸 밖으로 나가 날아다니는 것은 물론 명상 기도를 통해 죽은 이의 혼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본보 신모(42) 기자의 돌아가신 어머니를 불러보자고 했다. 12일 오후 11시 동아일보사 14층 회의실에 김 씨와 인턴기자 5명 등 8명이 모였다. 불을 켜지 않아 어두컴컴한 가운데 오싹한 분위기. 그는 “가위에 자주 눌리는 사람은 어쩌면 같이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방석을 깔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모두 그를 주시했다. 20분쯤 지났을까.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기자는 그의 머리에서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것을 봤다. ‘잘못 봤겠지’ 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인턴기자 임우선(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년) 씨도 “너무 집중해서 그런지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봤다”고 말해 주었다. 기(氣)의 작용일까?

40분이 지났다. 김 씨는 갑자기 “자꾸 형님이 먼저 온다”며 “어머니가 고집이 세셔서 형님의 혼령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지내주기 전에는 말을 안 하겠다고 해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또 “어머니가 목이 아프다며 약을 사다 달라고 했고 누워있는 위치를 좀 바꿔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솔깃하지만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는 인턴기자들을 상대로 기 실험도 해줬다. 그가 기를 보내는 대로 인턴기자들의 몸은 한쪽으로 쏠리거나 넘어졌다. 다들 신기해했다.

다음날 신 기자는 “기가 매우 세고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것은 분명하나 혼에 대해서는 너무 일반적인 얘기만 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것도 없다는 얘기.

우리는 실험 전에 김 씨의 요청으로 어머니의 사주와 형님이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김 씨가 말한 것들은 그 사실을 통해 유추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씨는 솔직했다. 자신이 명상을 하면서 어떤 영상을 보지만 그게 귀신인지 아니면 자신이 만들어 낸 허상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으며 모르는 것은 확실히 모른다고 얘기했다. 그는 혼과 귀신은 다르다고 했다. 보통은 죽어서 혼이 남지만 죽어서도 풀리지 않는 원한을 가졌을 경우 그 원한이 귀신이라는 에너지 덩어리를 만들어낸다는 것.

○ 신(神)점을 보다

신이 몸에 들어와 운세를 알려주는 이른바 ‘신점’을 치는 무속인들 가운데 유명하다는 김모(56·여) 씨를 찾았다. 기자의 사주와 주소를 적은 그는 부채와 방울을 흔들며 염불같이 들리는 주문을 외웠다.

“조상 중에 선비 할아버지가 있어 공부시켰네. 성질이 너무 급해. 매사에 인간 조심하고, 시집은 늦게 가야 돼. 선녀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네.”

한참을 듣던 기자는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근데…, 저 결혼했거든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며칠 뒤 친구를 데리고 다시 그를 찾았다. 기다리는 동안 짙은 선글라스의 30대 여성이 불안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가 친구의 점을 보기 시작했다.

“남편하고 궁합이 아주 좋아. 6가지 소원을 이루며 잘 살 거야. 지금 집터도 좋고. 그런데 어렸을 때는 덩치가 이렇지 않았지? 군인 할아버지가 들어와서 자기가 이렇게 건강하게 만들었다고 그러시네. 그분은 풍으로 돌아가셨네.”

피식 웃음이 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20년 친구인데 그는 항상 뚱뚱한 편이었다. 또 틀렸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방을 나온 친구는 놀란 표정이었다.

“나 학교 들어가기 전에 하도 허약하고 말라서 미군 부대에서 일하던 할아버지가 치즈나 소시지를 많이 먹였거든. 아빠가 내 비만의 원인은 할아버지라고 항상 그랬는데. 그리고 할아버지 뇌중풍(뇌졸중)으로 돌아가셨어.”

그러나 친구의 현 상황과 남편의 직업 등에 대한 얘기는 대부분 잘 맞지 않았다.

친구를 보내고 다시 들어가니 아까 선글라스 여성이 점을 보고 있다. 김 씨는 그 여성의 애인이 “창살 안에 갇혔다”며 교도소에 간 것을 맞혔다. 또 애인의 죽은 아버지가 자기에게 실렸는데 연방 목이 죄이고 손에 힘이 없다고 말했다. 선글라스 여성은 애인의 아버지가 목을 매 자살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손님의 과거는 어느 정도 맞혔지만 현 상황이나 미래에 대해선 “물가를 조심하라”는 등 애매한 말이 많았다. 그는 손님이 오면 소름이 오싹 끼치면서 신이 실리고 손님의 조상신들이 따라 들어오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미래를 점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글=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그래픽=이진선 기자 geranum@donga.com

◇한밤의 폐교 체험은 인터넷 동아닷컴(www.donga.com/life/weekend)에서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귀신존재 과학적 입증 어려워…신비체험땐 의식상태가 변화▼

여학생들이 귀신을 부르는 분신사바 놀이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가톨릭의대 신경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과학의 잣대로 설명하거나 입증할 수 없는 현상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귀신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정신의학에서는 사람들이 귀신을 봤다고 했을 때 뇌의 측두엽 부분의 뇌파에 변화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귀신이 나온다는 곳을 조사하면 자기장이 센 곳이 많다. 자기장의 변화가 뇌에 전기적 자극을 주기 때문에 환시(幻視)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속인 등이 체험하는 빙의(憑依·귀신 들리는 것) 혹은 접신(接神)은 일종의 ‘해리(解離)’ 현상으로 설명된다. 해리는 쉽게 말하면 술먹고 ‘필름’이 끊기는 것, 나아가 마약 복용 상태, 극단적으로는 다중인격장애까지 자기 의식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연세대 의대 정신과 이만홍 박사 외 4인의 논문 ‘신비체험과 해리성향과의 관계’에 따르면 종교인 중 신비 체험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해리 경향성이 높았으며 외상 경험도 높았다. 신비 체험자들은 해리 상태에서 평상시와 다른 의식 체계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깊은 명상 상태에서는 뇌의 활동으로 인해 환상을 보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채 교수는 “무속인이 접신한다는 순간에 뇌 촬영을 했더니 분명히 변화가 있긴 한데 명상시의 고도 집중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위에 눌리는 것은 의학적으로 ‘수면 마비’라고 한다. 잘 때는 뇌가 쉬는 논렘(NREM·Non-Rapid Eye Movement) 수면과 꿈을 꾸는 단계인 ‘렘 수면’이 하룻밤에 교대로 다섯 번쯤 반복된다. 렘수면 때는 호흡 근육과 눈의 근육을 빼곤 온몸의 근육에 힘이 빠진다.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윤인영 교수는 “가위에 눌리는 것은 렘 수면과 깨어 있는 상태가 혼재되는 것으로 렘 수면 중 깨어나면 정신은 멀쩡한데 몸은 움직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또 가위에 눌렸을 때 귀신을 본다는 것은 깨어 있는 상태와 렘 수면의 특징인 꿈이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40여 년간 3000여 명의 무속인들을 만난 경희대 국문과 서정범 명예교수는 “귀신은 없으며 귀신 체험은 심리적인 현상”이라며 “귀신을 봤다고 하는 것은 ‘이곳은 위험하다’고 알려주는 인간의 자기 보호 본능의 발현”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과거나 미래를 예언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될까. 서 교수는 “점을 치는 것은 상대방에게 입력된 정보를 읽어내는 일종의 초능력”이라고 말했다. 즉 내가 아는 과거는 잘 맞히지만 나도 모르는 미래는 그들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점을 치는 이들은 손님이 들어오면 그 사람의 고민이나 과거가 영상으로 보이고 음성으로 들리기 때문에 그게 귀신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진짜 귀신인지 특별한 능력의 결과인지 또는 거짓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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