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나도 신데렐라?…왕자님과 결혼 확률 단 1%

  • 입력 2005년 6월 16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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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김선아) ‘사랑찬가’의 오순진(장서희), SBS ‘온리유’의 차은재(한채영), ‘돌아온 싱글’의 정금주(김지호). 최근 일제히 시작된 드라마들의 주인공인 이들은 노처녀, 미혼모, 이혼녀임에도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진취적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보면 이들이 궁극적으로 다다를 지점은 ‘백마 탄 왕자’와의 결혼.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드라마가 결국 호텔 그룹 총수 아들인 현진헌(현빈·‘내 이름은 김삼순’), 자회사만 30여 개인 대기업 후계자 한이준(조현재·‘온리유’), 재벌3세 강새한(전광렬·‘사랑찬가’) 등 재벌가나 상류층 집안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뻔한 결말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여주인공의 얼굴만 다를 뿐 지난해 히트했던 SBS ‘파리의 연인’, KBS ‘풀하우스’ 등 신데렐라 드라마의 확대재생산이라는 것.


식상하기 쉬운 신데렐라 드라마가 주기적으로 제작되는 까닭은 간단하다. ‘온리유’ 시청자 이소영(34·여) 씨는 “드라마를 보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 속 나에게도 저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상상한다”고 말했다.

○사회 경제적으로 등급이 매겨지는 TV밖 결혼의 현실

삼성, LG, 현대 등 재벌가와 50여 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혼맥을 연구한 김진방(경제학) 인하대 교수는 “1980년대 이후 재벌가는 주로 재벌가와 혼맥을 형성했다”며 “중산층의 일반인이 재벌과 결혼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인식으로 신데렐라형 드라마 여주인공들이 갖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결혼정보회사 ‘선우’에 의뢰해 삼순, 은재, 금주, 순진의 ‘배우자 지수’를 뽑아냈다. ‘배우자 지수’란 맞선을 의뢰한 회원들의 경쟁력을 점수로 표현하는 특허등록 프로그램. 직업 학력 등 사회 경제 지수와 외모, 키, 몸매의 신체매력지수, 부모, 형제의 사회, 경제적 지위인 가정환경 지수를 합친 것으로 100점 만점에 점수가 높을수록 우월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온리유’ ‘내 이름은 김삼순’ ‘돌아온 싱글’ ‘사랑찬가’ 여주인공들의 평균 점수는 72점(표). 하지만 같은 계산법에 재벌가 미혼 남성을 입력했을 경우 평균 점수는 90점을 넘는다. 이들이 선택한 여성의 평균 점수도 90점에 육박한다.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명문가로 등급 분류되려면 “자산 50억 원 이상, 본인 전문직,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3급 공무원 이상의 부모, 소위 명문대나 유학파 출신, 일정 수준 이상의 외모(여성의 경우 외모 비율 높음)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커플매니저들은 “상위클래스 회원들은 자신과 같은 그룹의 사람을 만나길 원하기 때문에 일반 여성이 실제로 드라마 속 백마 탄 재벌2세 같은 남성과 사귀게 될 확률은 10분의 1, 결혼할 확률은 100분의 1이라는 게 경험치”라고 입을 모았다.

○‘바늘구멍 통과하기’의 꿈은 계속된다?

드라마 속 배우자 지수 순위
이름배우자 지수(사회경제지수+신체매력지수+가정환경지수)
1정금주79.7
2차은재74.9
3김삼순68.1
4오순진65.9
자료:결혼 정보회사 선우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가족의 자산규모 등 사회경제적 지위로는 남성에 뒤지더라도 △개성이 강한 의외성을 가진 성격 △자기계발에 적극적이며 자신감 △화려하기보다는 예쁘지만 단아한 인상 △남을 배려하는 이해심이 있는 경우 서로 이질적인 그룹에 속했더라도 ‘상향 매칭’을 한다는 것.

커플매니저 전선애 씨는 “상류층에 속하는 남성들의 경우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도도하고 화려한 여성보다 평범하지만 매력 있는 여성에게 끌리는 경우도 있다”며 “김삼순의 의외성, 오순진의 귀여운 외모, 차은재의 저돌성은 실제로 ‘백마 탄 왕자님’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의 신데렐라형 여주인공들이 적극적인 성격 못지않게 해외유학파 요리사, 마케팅 전문 웨이트리스 등 ‘자립 가능한 신세대 전문 직종’ 종사자로 설정된 것도 자기계발에 적극적이며 해외 경험이 있을 경우 가산점을 주는 사회적 정서가 일정 정도 투영된 것이다. 하지만 신데렐라 드라마에 식상했다는 시청자 안현진(27·여) 씨는 “평범한 여성도 백마 탄 왕자를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는 사고 자체가 결국 ‘남성에 의해 여성의 인생이 좌지우지된다’는 고정관념이란 사실도 주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신데렐라 형 드라마 전개사▼

○ 한국 신데렐라 드라마 시작

1994년 MBC ‘사랑을 그대 품안에’, 백화점 점원인 신애라가 백화점 소유주의 아들인 차인표와 결혼.

○ 신데렐라 드라마 형식 완성

1997년 MBC ‘별은 내 가슴에’, 톱가수인 안재욱과 의상실 점원인 최진실이 연인으로 발전.

○ 신데렐라 드라마 성행시대

1999년 평범한 신발디자이너인 김희선과 변호사 김석훈이 맺어지는 SBS ‘토마토’ 등 이후 2003년까지 매해 평균 3편씩 주기적으로 신데렐라 드라마 확대재생산.

○ 캔디렐라(캔디+신데렐라) 시대

예전의 청순가련형 신데렐라에서 2004년 SBS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 KBS2 ‘풀하우스’의 송혜교처럼 어려운 환경에도 밝은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변모.

○ 2005년 신데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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