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소프라노 권해선 “8년만의 고국무대…재미 약속”

  • 입력 2005년 3월 8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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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무대서 오페라 연 30회 이상 출연

“하하하, 연습이 너무 재미있어요!”

소프라노 권해선(44)은 파안대소와 함께 기자를 맞았다. 8일 낮, 국립오페라단의 베버 오페라 ‘마탄의 사수’ 연습이 한창인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내 연습실.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는 “아이 참, 머리라도 빗고 나서!”라며 면박을 줬다. 꾸밈없는 이웃 누이 같았다.

325년 역사의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극장 주역 소프라노로 활약 중인 권해선이 22∼26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마탄의 사수’에 여주인공 아가테 역으로 출연한다. 1997년 KBS교향악단과 협연을 가진 뒤 8년 만의 고국 무대다.

―기다리는 팬들이 많았는데, 왜 그렇게 고국 무대에 서기가 힘들었나요.

“함부르크 오페라극장, 빈 국립오페라극장, 뮌헨 오페라극장 등에서 연 30회 이상 공연을 소화해 왔어요. 배역의 수도 부쩍 늘었죠. 최근 6개월 동안 7가지 역을 했어요. 새 역에 적응하려면 연습 시간이 늘어나고….”

그는 세계적 수준의 오페라 가수들 중에서도 드물게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소프라노로 꼽힌다. 극한의 기교와 고음 때문에 목소리를 망가뜨리기로 유명한 모차르트 ‘마술 피리’의 밤의 여왕 역을 그는 1987년 함부르크 오페라극장에 정 단원으로 입단한 이후 18년째 도맡다시피 해오고 있다. 베르디 ‘가면무도회’의 장난꾸러기 총독비서 오스카 역도, 무거운 목소리를 요구하기로 유명한 바그너 ‘방랑하는 홀란드인’의 젠타 역도 문제없이 소화해 낸다.

○ “한번은 거쳐야 할 배역… 아가테 역 기다려 왔다”

―연습이 너무 재미있다고 하셨는데….

“연출가(볼프람 메링)가 배역들의 개성을 잘 살려주면서 또 세밀하게 자기 의견을 알려주세요. 매우 흥미로운 무대가 될 것 같아요. 사실 배역에 대한 의견은 달랐어요. 나는 아가테를 의지가 강하고 현실적인 주인공으로 보는 반면, 메링은 환상으로 가득 찬 여주인공으로 보죠. 그렇지만 내 생각도 잘 살려주면서 자기 생각을 관철하는 재주가 메링에겐 있습니다.”

그에게도 ‘아가테’ 역은 고국에서 갖는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언젠가 한번은 거쳐야 할 배역이고, 기다려 왔어요.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봄기운이 일렁이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앞 광장에 선 그의 표정이 한껏 밝아보였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마탄의 사수’는?

‘마탄의 사수’는 작곡가 카를 마리아 폰 베버((1786∼1826)의 대표작이자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독일의 소박한 민속 선율을 살리면서도 화려한 성악적 기교와 박진감 넘치는 줄거리가 어우러져 후대 바그너가 창안한 악극(Musikdrama)의 선구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3막 서두의 ‘사냥꾼의 합창’이 유명하다.

주인공인 사냥꾼 막스는 사격대회에서 우승해야만 사랑하는 영주의 딸 아가테와 맺어질 수 있지만 슬럼프에 빠져 자꾸 목표물을 빗맞힌다. 결국 마음먹은 대로 목표물을 맞힐 수 있는 ‘마술 탄환(마탄)’을 얻어내기 위해 악마 자미엘과 거래하는데….

독일의 원로 볼프람 메링이 연출하고 박은성 지휘의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아가테 역에 소프라노 권해선 이화영이, 막스 역에 하석배 김경여가 더블 캐스팅으로 출연한다. 22∼25일 오후 7시 반, 26일 오후 4시. 3만∼15만 원. 02-586-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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