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 사장 “대륙女心 잡을 韓流생산기지 키워야죠”

  • 입력 2005년 1월 30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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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엔비아시아 이태형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1월 초 한류 붐을 잇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한성피부미용정형외과를 열었다. 공동투자자인 서울 명동 아름다운미소코스미병원 최석민 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함께했다. 사진 제공 이엔비아시아
이엔비아시아 이태형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1월 초 한류 붐을 잇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한성피부미용정형외과를 열었다. 공동투자자인 서울 명동 아름다운미소코스미병원 최석민 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함께했다. 사진 제공 이엔비아시아
《“제조업으로 따지면 ‘한류(韓流)’의 현지공장’ 같은 거죠. LG나 삼성전자가 중국에 큰 공장을 차린 것처럼…, 이제 한류도 ‘현지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국 상하이에 기반을 둔 미디어기업 ‘이엔비아시아’의 이태형(李泰珩·39) 사장을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요즘 ‘현지에서 생산해서 현지에서 소비되는 한류’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 1월 ‘한성피부미용정형외과’라는 이름의 성형외과를 상하이 중심가인 구베이신(古北新) 구에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2년 전에는 이미 ‘이화미장원’이라는 한국 뷰티숍을 역시 핵심 번화가인 난징(南京) 로에 열었었다. 한국과 ‘시차 없는 유행’을 위해 서울 명동의 ‘동양성형외과’ 원장 3명을 비롯해 서울 강남에서 활동 중인 미용사들이 초빙돼 있다.

“갈수록 차인표 강타 배용준 안재욱 이영애 등 유명한 한류 스타의 사진을 들고 와서 ‘이대로 머리손질을 해 달라’는 젊은이들이 늘더군요. 그 점에 착안해 성형외과까지 문을 열게 됐습니다.”

중앙대 중문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중국과 수교 직후인 1992년부터 유학을 떠난 ‘중국 유학 1세대’. 베이징(北京)영화아카데미 등에서 영화와 드라마 제작 실무를 배운 그는 5년 전부터 ‘상해영구영시 문화유한공사’의 부사장으로도 재직 중이다.

상해영구영시는 지난해 최지우가 출연한 리메이크 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와 차인표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사대명포’를 제작해 중국 현지는 물론 일본과 동남아국가 등에 수출해 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회사.

이엔비아시아와 상해영구영시는 모두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중성집단(仲盛集團)의 2세 경영인인 예마오칭(葉茂菁·34) 총경리(사장)가 50∼70%의 지분을 투자한 중국법인이다. 나머지 지분은 이태형 사장과 국내 벤처기업인, 의사들이 갖고 있다.

예 총경리는 이태형 사장을 통해 한류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예 총경리의 아버지인 예리페이(葉立培) 회장은 2002년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중국의 100대 부호 중 재산 5억4000만 달러로 6위에 랭크된 바 있다.

“드라마가 한 번 뜰 때마다 한국 미용실과 성형외과가 북적이죠. 드라마 속에 간접광고(PPL)를 했던 한국기업들의 상품판매도 큰 효과를 보고…. 한국처럼 간접광고 규제가 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사장은 중국에서 조립되는 TV나 자동차를 비유하며 “‘핵심 부품’이랄 수 있는 주연 급은 유명 한류 배우들을 데려다 쓰지만 나머지 배우와 스태프는 모두 ‘중국산’이라서 수익성이 국내에 비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한류가 ‘일시적인 바람’으로 그치지는 않을까. 이 사장은 “어차피 중국인과 한국인의 정서는 많이 다르다. 중국 현지에서 중국문화와의 공통분모를 찾아 발전시켜 나간다면 한류가 중국문화계의 ‘주류 코드’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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