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연예인 X파일’ 유출로 위기

  • 입력 2005년 1월 26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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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X파일' 유출사건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제일기획이 대응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책임을 인정하고 언론에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는데도 연예인 등 피해당사자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 제일기획을 비판하는 연예인들의 기자회견과 형사 고소(명예훼손 혐의)가 잇따르고 있다. 26일에는 한국방송연기자노조의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상황이 이렇자 회사 내부에서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국내 최대 광고기획사로서의 입지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임원단은 이날 오전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안을 집중 논의했다. 회사측은 연예인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듣기 위해 '연예인 허위문서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측에 대화를 제의한 상태. 이를 위해 임원들이 참여하는 협상단을 꾸릴 예정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신속하게 포털업체에 파일 유포를 막아달라는 요청을 하고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사과를 했지만 '무성의하고 대응이 늦다'라는 당사자들 지적이 돌아오니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연예인 356명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제일기획이 만드는 광고 출연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부담이다.

제일기획은 애니콜과 파브, 옙 등 삼성그룹 계열사 제품과 햇반 다시다 해찬들 라이스데이 등 CJ그룹 제품, KT KTF 파란닷컴 네이버 삼성생명 GM대우자동차 등 수백개 광고를 맡고 있다. 연예인들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이들 광고제작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제일기획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잘못했으니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내부적으로도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명예회복을 시켜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회사 측은 사건이 일단락 되는대로 파일 유출의 책임자 문책 및 사내보안 강화, 용역업체 관리 시스템 점검 등에 나설 계획이다. 형사 고소 이후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그다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연예인과 광고기획사는 어차피 '한 배'를 탄 입장인 만큼 서로가 합의점을 찾으려 하지 않겠냐는 것.

한 광고인은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광고, 마케팅 프로젝트에서 광고모델의 이미지 분석과 리스크 관리 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제일기획과 피해자들의 신뢰 회복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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