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TV끄고 살아보기’ 131가구 도전

  • 입력 2004년 12월 21일 02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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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TV 끄기’ 실험에 참가한 준수 군(8·서울 노원구 상계동) 가족의 TV 끄기 전과 후의 달라진 풍경. 늘 TV를 보며 밥을 먹던 준수 군 가족은 TV를 치운 뒤 탁자에 둘러앉아 놀이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 EBS
EBS ‘TV 끄기’ 실험에 참가한 준수 군(8·서울 노원구 상계동) 가족의 TV 끄기 전과 후의 달라진 풍경. 늘 TV를 보며 밥을 먹던 준수 군 가족은 TV를 치운 뒤 탁자에 둘러앉아 놀이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 EBS
“TV를 끄니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EBS는 30일 밤 10시 10분 특집 다큐멘터리 ‘TV가 나를 본다―20일간 TV 끄고 살아보기’(연출 이정욱 PD)를 방영한다. 일상에서 TV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현미경을 들이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22일부터 20일 동안 서울 경기지역 131가구가 TV를 끄고 생활하며 달라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10가구에는 폐쇄회로 TV를 설치해 TV 끄기 전과 후의 일상생활을 담았다. 나머지 가구에는 TV 끄기 일지를 쓰도록 했다.

TV 끄기의 효과는 놀라웠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 상헌 군(10)은 일어나면서 TV를 보기 시작해 밥을 먹거나 숙제할 때도 TV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TV를 끄자 상헌 군은 숙제를 책상에서 하고 차츰 부모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상헌 군은 부모가 회사에 간 낮 시간에는 책을 잡았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정희석 씨(31)는 ‘리모컨 아빠’로 불린다. 리모컨을 들고 거실에 누워 오전 1, 2시까지 TV에 매달렸다. 실험 3일째, TV 금단 현상이 일어났다. 정 씨는 “퇴근 후 집에서 할 일이 없어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정 씨는 TV가 사라진 뒤 남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지만 차츰 적응해갔다. 아이를 돌보고 청소를 했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미뤘던 목공예 취미활동을 위해 조각칼을 리모컨 대신 쥐기 시작했다.

TV를 끈 가정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사실은 하루가 무척 길어졌다는 점이다. 일요일 아침 TV 시청 때문에 오후가 되어서야 일상을 시작하던 가정의 사람들은 조조(早朝) 영화를 보고 놀이터에서 한참 논 뒤에도 하루가 많이 남았다며 즐거워했다.

참가자들은 설문조사에서 TV 대신 독서, 대화, 음악 감상, 집안일을 많이 했으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됐다고 응답했다. 반면 20일을 채우지 못하고 도중에 TV를 다시 켠 가정도 30%가량 됐다.

이 PD는 “TV를 끄면서 서로 대화가 늘고 저녁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가족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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