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페인팅 프린팅’아십니까…작품-관객 벽허무는 나난씨

  • 입력 2004년 11월 3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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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기자
변영욱기자
“작품과 관객, 디지털과 아날로그, 일과 놀이….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높은 벽을 허물고 싶었어요.”

서울지하철 3, 4호선 충무로역 안에 있는 오재미동에서 50여일째 ‘윈도 페인팅 프린팅’ 전시회를 열고 있는 나난(본명 강민정·26·사진)씨. 그는 경계를 뛰어넘어 소통을 꿈꾸는 신세대 아티스트다.

기성세대에게는 낯설지만 1990년대 말 피어싱, 태투(문신) 등 소수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향유되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글과 그림의 형태로 수면 위로 끌어내면서 그는 10, 20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가 이번에는 ‘윈도 페인팅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거리예술에 도전했다. 윈도 페인팅 프린팅이란 캔버스 대신 유리에 그림을 그리고 이 그림을 배경으로 관객이 포즈를 취하면 사진을 찍어 인쇄하는 형식으로, 그의 창작이다.

관객들이 산타클로스나 루돌프 사슴 등을 그려놓은 유리 뒤편에서 가지각색의 표정을 지으면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즉석에서 인쇄해 전시장에 전시하는 것.

그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따로 없고 작가와 관객이 협조함으로써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일종의 공동예술이자 즉석예술인 셈이다. 10월 7일부터 전시회를 연 이후 이렇게 관객과 협업해 만든 작품이 1000여점에 이른다.

그는 ‘나는 무난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나난’이라는 별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세계는 결코 무난하지 않다. 캔버스 대신 유리를 도화지로 택한 것이 그렇고 창작 행위를 관객과 공유하려는 것도 그렇다.

그는 “예술이라는 단어가 갖는 진지함과 정중함이 오히려 예술에 대한 벽을 쌓는다”며 “놀이터와 전시회를 구분하기 힘든 ‘난장’ 같은 분위기에서 비로소 재미와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일탈을 꿈꾸는 청춘들이 오늘도 오재미동을 찾아나서는 것도 나난의 이런 ‘유난스러운’ 예술관이 그들과 소통되기 때문일 것이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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