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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22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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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작가 조연경씨(51·서울 강남구 삼성동)는 다른 주부들처럼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미룰 만큼 생활이 팍팍하지는 않았다. 다만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만나는 주부들이 해외여행을 갈망하면서도 코앞에 있는 여행지를 찾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또 한달에 한번의 동창회에서는 자신을 위해서는 단돈 1만원도 쓰기를 꺼리는 평범한 주부들의 고만고만한 일상을 확인하곤 했다.
그러나 얼마 전 동창회에서 만난 선배언니의 얘기는 조씨에게 친정어머니가 전해준 삶의 지혜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학창시절 밝고 명랑했던 선배언니가 남편의 사업 실패로 월세로 나앉았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작년 이맘때. 동창회에 발길을 끊었던 그 선배언니가 몇 달 전부터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활의 고단함이 묻어나올 법도 했지만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겠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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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언니가 귀띔한 비결은 한달에 한번 1만원을 들고 하루 나들이를 한다는 것. 자신에게 온전히 투자하는 이 나들이 때문에 한달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씨는 선배언니가 일러준 대로 교통(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이 편리한 집 근처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다. 메가박스(1544-0600)에서 조조할인(4000원)으로 영화 한편을 본다. 메가박스는 16개 영화관이 있어 코미디 멜로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볼 수 있다.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에 익숙지 않은 주부에게 ‘나홀로’ 영화 관람은 어색한 일이기도 하지만 용기를 내 본다.
영화가 끝나는 시간은 대략 오전 10시45분. 점심 식사를 하기엔 이른 시간. 코엑스에는 사진 전시, 댄스 경연, 패션쇼 등 이벤트 행사가 많다. 입구 안내판에서 정보를 얻는다. 한바퀴 돌면 어느덧 점심시간. 음식점이 많아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뜨끈뜨끈한 튀김우동(3500원)은 어떨까?
점심식사 후 반디앤루니스(02-6002-6002)서점으로 간다. 서점 안에는 의자가 마련돼 있어 시집이나 수필집 한권쯤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어깨가 뻐근하면 서점 안에 있는 북카페에 들어가 사륵사륵 설탕이 녹아드는 커피 한잔(2000원)을 마시면 산다는 게 축복처럼 느껴지지는 않을까? 돌아오는 길에 가족이나 자신을 위한 책 한권 사면 더욱 좋겠지만.
조씨는 1만원을 들고 하루 나들이를 시작한 그날 저녁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책이 최근 출간된 ‘단돈 1만원으로 즐기는 짧은 여자여행’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이런 곳도 있어요"…조연경씨가 추천하는 여자 혼자 1만원으로 다녀올 만한 하루 여행지▼
#1. 불우이웃을 돕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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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종로·중구봉사관=이곳(02-2238-3103·서울 지하철 6호선 동묘앞역 2번 출구)에서는 매주 화·목요일(오전 9시반∼오후 1시)에 자원봉사자들이 ‘사랑의 빵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강사의 도움을 받아 직접 빵을 만들어 시식도 하고 양로원 보육원에도 보낸다. 재료비 8000원을 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밑반찬 만드는 일(사진)을 거들어도 된다. 봉사관 뜰에서는 매일(일요일 제외) 오후 2∼5시 사랑의 나눔터가 열린다.
▽1코스:‘사랑의 빵 나눔봉사’(재료비 8000원)→차 마시기(무료) ▽2코스:밑반찬 만들기 봉사 (참가비 없음)→ 사랑의 나눔터에서 옷 구입(5000∼1만원)
#2. 미술대 나온 동서가 잘난 체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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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볼거리 많은 인사동(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사진)을 찾는다. 화랑의 예술품을 마음 놓고 무료로 감상. 길에서 좌판을 벌이고 있는 벼룩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 점심은 경인미술관(02-733-4448) 앞 분식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왕만두 다섯 개(3000원)로 하고 인사아트센터(02-736-1020) 앞에서 미술관 순회버스를 탄다. 1000원만 내면 온종일 이용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환기미술관 영인문학관 이응노미술관 김종영미술관 가나아트센터 순으로 버스가 운행된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월요일 휴관한다.
▽코스:화랑의 작품 감상(무료)→벼룩시장(소품 500∼1000원)→분식집(왕만두 3000원)→미술관 순회버스(왕복 1000원)→경인미술관 찻집(대추차 5000원)
#3. 고3 엄마 스트레스 털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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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 이스턴 캐슬(02-971-0741·서울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의 매표소(입장료 1000원) 진입로를 따라 100여m 들어가면 쭉 늘어선 사격경기장(사진)이 나타난다. 가장 저렴한 공기소총 사격은 10발에 2000원. 묵은 체증이 뚫리는 듯 기분이 후련해지고 스트레스가 말끔히 날아간다. 점심은 매점에서 우동(2500원)과 커피(600원)로 간단히 해결한다.
▽코스:이스턴 캐슬(입장료 1000원)→사격장(공기소총 10발 2000원)→매점(우동 2500원+커피 600원)→태강릉(입장료 500원)→육사관광(토요일과 휴일만 가능, 입장료 2000원)
#4. 가족으로부터 소외감 느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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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릉=선정릉(02-568-1291·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8번 출구·사진)은 나무들이 곳곳에 숲을 이루어 공기도 청량하고 경관도 수려하다. 점심으로 선릉 옆 김밥집에서 김밥(2000원)을 사 가지고 들어가(입장료 500원) 매점에서 컵라면(1500원)을 시켜 한 계절이 고즈넉하게 내려앉은 능 안에서 뜨끈뜨끈한 라면 국물에 김밥을 먹는다. 선정릉에서 강남구청 쪽으로 조금 걸으면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02-566-5951)이 나온다.
▽1코스:김가네 김밥집(김밥 2000원) 구입→선정릉 산책(입장료 500원)→매점(컵라면 1500원)→후식(커피 1000원)→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관람 ▽2코스:선정릉 산책(입장료 500원)→매점(커피 1000원)→선릉앞 해물칼국수(02-556-9875·4500원) 또는 삼계탕(5500원)→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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