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임신… 날 좀 봐주세요

  • 입력 2004년 8월 2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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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대표적 브랜드 '프래자일'의 임부복. - 사진제공 차 더 샵
벨기에의 대표적 브랜드 '프래자일'의 임부복. - 사진제공 차 더 샵
《임신한 몸은 아름답다. 어느 경우든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신세대들은 임신기간에도 불룩한 배를 펑퍼짐한 임부복으로 감추기는커녕 평소보다 더욱 섹시하고 노출이 심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해 파격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임신을 경력의 끝으로 여기던 기성세대와 달리 임신과 출산을 스타일링의 확장으로 활용하는 할리우드 스타의 영향으로 국내외 임부복 시장은 더욱 고급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임신부 노출 대담해져

최근 오스카상 수상식이나 패션쇼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임신한 스타나 모델들이 부른 배를 드러낸 채 당당히 나와 무대에 선다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임신하고도 불러온 배가 죄의 증거인 양 부끄러워하며 활동을 중단했던 예전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만삭의 몸으로 패션 및 영화잡지를 장식하던 귀네스 팰트로가 5월 첫딸을 순산했고 줄리아 로버츠는 내년 초 쌍둥이 출산이 예정돼 있는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임신과 출산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또 데미 무어와 모니카 벨루치가 누드로 잡지의 커버를 장식해 임신한 몸의 아름다움을 과시한 데 이어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는 나르시소스 로드리게스의 원피스와 하이힐로 임부복 패션 붐을 일으켰다.

이 영향으로 나이키는 뉴욕의 임부복 전문디자이너 브랜드에 임산부용 스포츠웨어를 의뢰해 임산부용 스포츠 라인을 판매하고 있다.

● 얼짱… 몸짱… 임짱…

‘서울 국제 임신출산육아용품 전시회’(12∼15일 코엑스 인도양홀) 중 열리는 ‘제2회 대한민국 아름다운 임산부 선발대회’에는 30여명의 임부가 참가 신청을 해 임신기간에도 아름다움을 과시하려는 신세대들의 열기를 반영했다.

임신 7개월인 송관미씨(27·경기 수원시 영통구)는 “반신욕으로 몸을 따뜻하게 했더니 결혼 2년 만에 아기를 가질 수 있었다”며 “요즘 임부들은 몸매 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뚱뚱하지 않고 배만 나와 얼마든지 멋진 옷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미스코리아 하와이 출신 황세희씨(20·경기 수원시 권선구)는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임신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임신 9개월인데도 최근 태권도시험에서 초단을 딸 정도로 몸이 가볍다는 그는 “초음파로 찍힌 아기사진뿐 아니라 배가 불러오는 모습도 사진으로 찍어 나중에 아기에게 보여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 행사를 개최하는 ㈜이플러스 전시기획팀의 김유석씨는 “임신과 출산이 즐겁고 신나고 소중한 일이라는 걸 널리 알리기 위해 이 같은 행사를 마련했다”며 “그렇지 않아도 신세대 임신부들은 배가 불러오는 모습을 감추기는커녕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박희진 교수(산부인과)는 “둘째아이를 가진 나이든 임신부보다 첫째를 가진 30세 전후의 젊은 임신부들이 패션에 관심이 많다”며 “몸매의 곡선이 드러나는 옷도 예쁘다면 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 사교모임에도 자신있게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져 임신기간에 직장이나 모임에도 나가는 일이 많아지면서 임부복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차병원 1층에 문을 연 임부복 및 유아복 전문매장 ‘차 더 샵’(02-3468-3366)은 이러한 여성을 겨냥해 유럽에서 직수입한 의류를 팔고 있는데 고소득 전문직 기혼여성이 늘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차 더 샵의 조권희 실장은 “요즘 직장여성들은 임부복이 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세련되게 입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내 매출 1위인 프랑스 ‘벌룬’과 활동성이 강한 벨기에의 ‘프래자일’은 직장여성이 출근복으로 많이 찾고 있으며, 대담한 디자인이 특징인 프랑스 ‘1+1=3’과 ‘라 로브 블뢰’는 외출복이나 모임용으로 많이 나간다. 10만∼100만원대의 고가다.

두 달 전 문을 연 임부복 전문 인터넷 쇼핑몰 카렌둘라(www.carendula.com)는 미국에서 직수입한 의류를 판매하는 한편 임신 개월과 배가 나온 형태에 적합하도록 맞춤복을 공급하고 있다.

카렌듈라 마케팅 담당 조은희씨는 “홀터넥이나 튜브탑 쉬폰원피스 청바지까지 임신 중 변화된 몸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디자인이 많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청바지의 경우 유행하는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허리와 배 부분만 신축성 있는 밴드로 처리했다. 원피스 20만∼40만원대, 치마 바지정장 50만∼70만원대.

한의사 이명호씨는 “임신기간은 평생 한두 번 경험하는 멋진 시기”라며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것도 좋지만 ‘맨살표 생일옷’ 그대로 사진을 찍어둬 평생의 추억을 간직하도록 권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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