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 무대연출 “역시 서태지”…컴백공연 열광의 3시간

  • 입력 2004년 1월 30일 0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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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컴백 공연을 펼친 서태지. 그는 비판적 메시지의 강렬한 록을 구사하면서도 서정성 짙은 발라드와 무대 연출도 함께 보여줬다. 사진제공 서태지컴퍼니
29일 밤 컴백 공연을 펼친 서태지. 그는 비판적 메시지의 강렬한 록을 구사하면서도 서정성 짙은 발라드와 무대 연출도 함께 보여줬다. 사진제공 서태지컴퍼니
29일 오후 7시반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서태지의 컴백 공연 ‘2004 라이브 와이어(Live Wire)’가 열리기 직전, 스탠드를 포함해 1만2000여석을 거의 메운 팬들은 “서태지”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서태지 데뷔 때부터 팬이었다는 회사원 김재훈씨(25·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최근 발표한) 새 음반은 이전과 달리 서정성을 강조했는데 그 변화를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공연은 미국 하드코어 밴드 ‘피어 팩토리’가 30여분간 ‘쇼크’ ‘제로 시그널’ 등 강렬한 사운드의 히트곡을 선보이는 것으로 시작됐다.

‘피어 팩토리’ 무대가 끝난 뒤 태지 마니아들의 기대와 술렁임 속에 20여분이 흘렀다. 이윽고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수록곡인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가 장엄한 록 스타일로 울려 퍼졌다. 순간 1만2000여 팬들은 100m 달리기를 하듯 서태지 음악 속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3시간반 동안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1시간10분여간 무대에 선 서태지는 비판적 메시지와 더불어 달콤하고 감상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겼다. 그는 특히 노래마다 서로 다른 무대연출로 ‘보는 재미’도 한껏 선사했다.

노골적인 가사로 MBC로부터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수록곡 ‘빅팀(Victim)’의 무대에서는 남녀 백댄서들을 출연시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의 부당성을 비판했다. 새 음반의 수록곡 ‘10월 4일’을 부를 때는 어쿠스틱 기타를 동반해 팬들과 조용한 대화를 시도했고, ‘이 밤이 깊어가지만’을 부를 때는 공중전화부스에서 눈물짓는 장면을 연출해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6집 타이틀곡 ‘울트라맨이야’의 무대에서는 수많은 작은 풍선들을 내장한 커다란 고무풍선 다섯 개를 객석에서 터뜨려 팬들에 대한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안은숙씨(27·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는 “서태지가 ‘인터넷 전쟁’을 노래하면서 디스코 춤동작을 보일 때는 아주 편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태지는 이날 관객을 향해 “(내가) 음악을 할 수 있는 동력은 바로 팬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끝은 서태지가 존경한다고 밝힌 미국 하드코어 밴드 ‘콘’이 장식했다. 이들은 서태지에 이어 ‘폴링 어웨이(Falling Away)’ ‘데드 보디스(Dead Bodies)’를 비롯해 폭발적인 사운드의 히트곡들로 록 열풍을 휘몰아갔다.

서태지는 31일과 2월 1일 같은 장소에서 국내 록밴드 ‘넬’ ‘피아’와 함께 무대에 선다. 1544-1555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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