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기경, 열린우리당에 1시간 '쓴소리'

  • 입력 2004년 1월 29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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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열린우리당 의장이 29일 오전 혜화동 성당을 방문, 김수환 추기경과 악수하고 있다.[연합]
정동영열린우리당 의장이 29일 오전 혜화동 성당을 방문, 김수환 추기경과 악수하고 있다.[연합]
김수환 추기경은 29일 관권선거 시비 속에서 열린우리당이 원내 1당이 된다면,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오전 정동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관권선거와 친노단체 선거개입 논란, 행정수도 이전과 반미감정 문제, 대북정책 등에 대해 사회 원로로서 쓴 소리를 1시간 가까이 쏟아냈다.

김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언론을 보면 관권선거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이번 총선은 열린우리당이 표를 많이 못 얻더라도 공명선거를 해야 국민이 그 결과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을 무시하고 (선거에) 행정력을 동원한다는 의심이 생기면, 과반수 정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 안의 갈등은 계속 남고 새로운 정치개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김 추기경은 친노 성향의 '국민참여 0415'에 대해서도 "간판은 공명선거를 위한 국민참여라고 하는데 반대파에선 실제는 노사모가 주축이라고 한다. 실제 그렇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 추기경은 또 "신행정수도 이전도 정말 합리적인지 묻고 싶다"면서 "선거용이 아니라면, 그 객관적 이유를 (국민에) 납득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미국'이란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온 것에 대해 김 추기경은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

김 추기경은 "헌법에 명시된 대로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되고, 기본 인권을 갖고, 그런 측면에서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가치관을 나라가 지켜준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민족공조를 강조한 나머지, 어떤 것도 좋다는 식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추기경의 우려에 대해 정 의장 등 지도부는 때론 반론하고, 때론 수긍하면서 토론을 벌였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개방적 민족주의를 지향하면서, 북한의 인권과 군비축소 문제도 함께 다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에 대해 "그것 반드시 해라. 엠네스티가 김정일에게 이메일을 보낸다는데, 열린우리당도 그런 용기 있다면 100% 찍어준다. 공약할 수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6·15 남북공동선언은 그 내용이 너무 부족하다. 북한엔 아주 유리하고, 우리는 얻은 게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이에 대해 "남북화해협력이란 측면에서 우리도 얻은 게 많다"고 답변하자 김 추기경은 "나도 남북화해협력을 지지한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에 대한 우리 바람과 실제로 북한이 그렇게 하고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부영 상임위원이 "전쟁을 막는데는 우리 인내가 기여했다"고 말하자, 추기경은 "북한이 안 그런다고 약속했느냐"고 되물었다.

디지털뉴스팀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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