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 나의 인생]<12>시리즈 결산 좌담

  • 입력 2003년 12월 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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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는 더 이상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50대 직장여성 함인숙씨, 50대 전업주부 김인수씨, 30대 직장여성 이혜원씨, 강창희 PCA투신운용 투자교육연구소장(왼쪽부터)이 2일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여성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재무설계와 분산투자 전략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미옥기자
‘자산관리는 더 이상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50대 직장여성 함인숙씨, 50대 전업주부 김인수씨, 30대 직장여성 이혜원씨, 강창희 PCA투신운용 투자교육연구소장(왼쪽부터)이 2일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여성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재무설계와 분산투자 전략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미옥기자
《‘여성들이여, 돈을 밝히자.’ 다소 도전적인 표현이지만 올 9월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본보 경제섹션 ‘동아경제’에 연재된 ‘여성을 위한 금융가이드’ 시리즈의 결론이다. 단순히 ‘재테크’로서의 돈이 아니라 ‘생애설계’와 ‘자산운용’의 관점에서 여성이 금융과 좀 더 친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리즈를 끝내면서 취재팀은 일반 여성들의 자산관리 경험담과 애로사항에 대해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50대인 주부 김인수씨와 기혼 직장여성 함인숙씨(숙명여중 교장), 30대 기혼 직장여성 이혜원씨(델컴퓨터 영업부 차장) 등 3명은 2일 서울 강남지역의 한 커피점에서 자신의 재무설계 목표와 자금운용 방식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나눴다. 대화 도중 참석 여성들로부터 “맞다, 저거 내 얘기다” 하는 반응이 연방 터져 나왔다. 바람직한 노후관리 계획과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해 도움말을 주기 위해 강창희 PCA투신운용 투자교육연구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의 정확한 연령은 본인들의 희망에 따라 밝히지 않는다.》

▽김인수씨=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노후설계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얼마 전까지는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서 단기간에 돈을 불리는 ‘비법’에 솔깃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안정된 노후생활을 누리려면 장기적으로 어떻게 돈을 배분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더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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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소장=그게 바로 저금리 시대의 투자전략입니다. 여성들에게 투자교육 강의를 하다 보면 2, 3년 전만 해도 소위 “뭘 찍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예금금리가 연 3∼4%대까지 떨어지면서 ‘투기’가 아닌 ‘투자’에 관심을 갖는 여성이 늘고 있습니다. 은행에 묻어 두기에는 억울하고, 그렇다고 부동산이나 주식에 여윳돈 전부를 걸기는 불안하니까 장기 계획을 세우게 되는 겁니다.

▽이혜원씨=지금까지는 사실 재무설계에 대해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결혼 후 집을 늘린다든지, 필수품을 장만한다든지 하는 당면 과제 해결에 급급했으니까요. 30대 중반이 되면서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인숙씨=저는 친구들에게 투자 조언을 많이 해 주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 자신의 노후설계는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 하느라 시간이 없기도 하고, 퇴직 후 받게 될 연금 덕분에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고…. 여유자금은 모두 은행에 맡기는 스타일입니다.

▽강=여성은 남성보다 10년 정도 평균 수명이 더 깁니다. 여성에게 가장 바람직한 노후설계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오랫동안 자신의 일을 갖고, 나이가 들어서도 연금과 같은 정기적인 수입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함인숙씨는 유리합니다. 그렇지만 저금리 시대에 은행예금보다는 투자상품에 눈을 돌려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함=그렇지만 주식투자를 했다가 손해 본 친구들을 보면 엄두가 나지 않는데요.

▽강=한국 가계의 평균 금융자산은 7000만원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 절반 정도를 뺀 나머지 3000만∼4000만원이 운용 가능한 자산입니다. 한국 가정은 금융자산의 60%를 은행에 넣어둡니다. 반면 미국 가정은 금융자산의 13%만을 예금합니다. 앞으로 1∼2개월 동안 쓸 생활비만을 은행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주식, 채권, 수익증권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죠. 선진국에서 어릴 때부터 투자교육이 발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30대 여성들은 노후준비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은 욕구도 큽니다. 자녀 교육비 지출에 대한 준비도 시작해야 하고요. 어떤 식으로 돈을 불려 나가는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해 교육을 받고 싶지만 주변에는 딱히 조언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김=남편이 자산관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저도 재테크나 자산관리에 대해 무관심했는데 약 5년 전부터 ‘남편 퇴직 후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요즘은 백화점 재테크 강좌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신문도 꾸준히 읽습니다. 아침에 신문 경제면을 읽으면서 식사 준비를 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습니다.

▽강=자산관리의 첫걸음은 3개의 가상 주머니를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생계용 주머니에는 식비, 교육비 등을 관리합니다. 거래용(트레이딩) 주머니는 주식 등에 단기 투자하기 위한 것으로 오락용으로 해야 합니다. 레저와 여가생활 자금도 이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자산형성용 주머니는 생애설계를 위한 장기 자금을 마련하는 곳입니다. 이 주머니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후생활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이=저희 집에도 3개의 주머니가 있는 듯합니다. 대체적으로 비율은 60(생계용), 20(자산형성용), 20(거래용)입니다. 남편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자꾸 거래용 주머니가 무거워지려고 해서 문제입니다.(웃음) 그런데 지출이 많은 30대이다 보니 자산형성용 주머니를 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50대 이후 여성은 남편 사후(死後) 대비도 필요합니다. 저는 주로 보험에 투자하는 편입니다. 3년 전부터 암보험, 상해보험에 들었고 종신보험에도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혼수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취미생활로 시작했지만 수입원으로도 좋습니다.

▽강=자산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30대는 다소 공격적으로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70%는 주식형 수익증권에 넣고 30%는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을 권하고 싶습니다. 40대가 되면 주식의 비중을 10∼20% 정도 낮추고 채권 보험 등에 관심을 높여 나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가장 위험한 유형은 50, 60대의 여성이 남편 퇴직금을 전부 코스닥시장에 투자하는 것이죠.

▽함=제 연령대에는 안정적인 투자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듯합니다. 그런데 예금은 너무 금리가 낮고 주식은 너무 위험하고…. 방법이 없을까요.

▽강=믿을 만한 투자운용사를 선정해 돈을 맡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금융지식이 상당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직접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투신사와 상의해서 주식형 수익증권(50%), 채권형 펀드(40%), 머니마켓펀드(MMF·10%)에 나눠 투자하고 있습니다.

▽함=얼마 전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투자교육을 해 주기 위해 교육기관을 수소문했지만 그리 많지 않더군요. 금융교육의 필요성은 이제 많이 확산된 듯한데 정작 교육을 담당할 전문가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맞아요. 돈이 많으면 왜 자산관리 교육이 필요하겠습니까. 빠듯한 예산을 지혜롭게 관리해야 하는 일반 주부나 여성들이 정보가 있어야지요.

▽강=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와 금융회사들이 나서야 합니다. 중학교 교과서에는 ‘금융’이라는 단어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1∼3학년 교과서에 3, 4쪽 정도 언급돼 있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자산관리 교육이 1, 2년 전부터 인기가 있지만 아직 문턱이 높습니다. 학교와 금융회사들이 투자교육에 적극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애설계와 자산운용에 관심을 갖는 여성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수요가 생겨야 공급이 늘어나니까요.

정리〓특별취재팀

이강운기자(팀장) 정미경기자 신석호기자 이정은기자

▼정부-금융사-시민단체 경제교육 나설때 ▼

‘여성을 위한 금융가이드’에 도움말을 준 전문가들은 한국 여성들이 효과적으로 생애를 설계하고 자산을 운용하도록 돕는 일에 정부와 금융회사 시민단체가 ‘삼위일체’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만기 투신협회장은 “여성의 생애설계와 자산운용에 대한 지식을 높이는 것은 고용 차별 해소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종숙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이 수시로 변해 부동산과 금융 시장 등이 요동치면 주부들이 살림살이를 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일관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에 초점을 둔 청소년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초등학교 때부터 조기교육을 하는 데 학교도 나서라고 촉구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금융회사들도 여성의 특성을 세심하게 배려한 교육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개발원과 투자신탁협회 삼성투신운용은 내년 4월까지 한국 여성 1000명을 상대로 ‘한국 여성의 생애 재무관리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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