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사는 조계사청년회가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간 매달 한 차례씩 진행해온 ‘종교간의 화합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이웃 종교인과의 만남’의 마지막 순서. 이날은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이찬구씨(수운교 선교사)가 강사로 나섰다.
이씨의 선창으로 운율과 강약을 섞어가며 주문을 외우던 청년 불자들은 아무래도 어색한지 마주보며 웃음을 지었다.
행사는 이씨가 개항 초 민족적 자각과 국난극복 의지를 갖고 탄생한 동학과 증산계열 등 ‘민족종교’의 정의와 유불선(儒佛仙) 합일, 후천개벽, 미륵신앙을 비롯한 민족종교의 특징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으면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웃 종교인과의 만남’은 지금까지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대종교 유교 민족종교를 비롯해 이슬람과 힌두교의 강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정우식 조계사청년회장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각 종교가 최근 불신과 반목으로 사회 전체의 화합을 깨는 일이 잦았다”며 “종교간 대화의 장을 만들어 공감대를 넓히고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였다”고 말했다.
가장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던 때는 5월 27일 서울 생명교회 문대골 목사를 강사로 초청한 ‘개신교와의 만남’. 회원도 120여명이나 몰렸다.
이 자리에서는 ‘개신교가 다른 종교를 우상 숭배로 몰아붙이는 독선이 지나친 것 아니냐’, ‘창조론이 과연 옳은가’ 등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문 목사는 “기독교의 기본 메시지는 ‘원수까지도 끌어안는 사랑’인데 타 종교에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성경을 지나치게 문자에 매달려 해석하기 때문”이라며 “창조론도 진보적인 신학에선 진화론과 모순되지 않을 정도로 재해석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목사는 불교에 대한 충언도 아끼지 않았다. 불교가 많은 사찰들을 갖고 있는 데 비해 사회봉사나 구제를 위한 활동에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조계사청년회는 10월 3일 조계사 앞마당에서 ‘…만남’을 총 정리하는 의미에서 타 종교인 1000여명을 초청해 ‘천·지·인(天·地·人)’을 주제로 축제마당을 갖는다. 천주교 마가렛놀이방의 연극, 천도교의 검무(劍舞), 원불교의 국악, 불교 어린이합창단의 찬불 등 여러 종교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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