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남부 강타]낙동강 한때 범람 500명 긴급대피

  • 입력 2003년 9월 13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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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마을대구 달성군 구지면 오설리 대정마을이 13일 불어난 물에 완전히 잠겼다. 다행히 이 마을 주민 13가구 30여명은 12일 미리 대피했다. 사진제공 경북경찰청
물에 잠긴 마을
대구 달성군 구지면 오설리 대정마을이 13일 불어난 물에 완전히 잠겼다. 다행히 이 마을 주민 13가구 30여명은 12일 미리 대피했다. 사진제공 경북경찰청
제14호 태풍 ‘매미’가 몰고 온 강풍과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부산과 경남 등 남해안 지역에서는 해일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인명 피해=13일 오전 3시경 경남 의령군 가례면 산간지역 양성마을에서 계곡물이 불어 가옥 5채가 유실되면서 이 마을 주성추씨(73) 일가족 5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이날 오전 2시경 경남 거창군 가북면 중촌리 다전마을에서는 산사태로 흙더미가 주택 9채를 덮쳐 이기환씨(67) 부부가 실종됐다.

12일 오후 11시경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에서 강풍으로 가옥 6채가 완전히 파손돼 우판암씨(71)가 숨지고 우씨 가족 등 4명이 매몰됐다.

경북 지역의 경우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장수복씨(73) 집 인근 야산에서 13일 오전 1시 10분경 산사태가 발생해 추석을 쇠러 온 장씨의 손자 은우군(11)이 숨지고 가족 2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재산 피해=12일 오후 8시15분경 경남 통영시 도남동 신아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3만7000t급 이탈리아 국적 화물선 아리쿠디엠호가 강풍으로 고정 밧줄이 끊어지면서 피항 중이던 27t급 범양호와 충돌해 범양호가 침몰하고 아리쿠디엠호는 좌초됐다.

이 사고 외에 경남지역에서만 선박 11척이 좌초되고 4척이 침몰하는 등 전국에서 88척의 선박이 이번 태풍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보았다.

부산에서는 대형 여객선을 개조해 지은 해상관광호텔 ‘페리스 플로텔’이 해일의 영향으로 육상 선착장으로 떠밀려 올라와 45도가량 기운 채 좌초됐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지하 수족관 부산 아쿠아리움도 해일이 덮쳐 큰 피해를 보았다.

울산과 부산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이 깨져 행인이 다치는 사고가 특히 많았다.

12일 오후 10시경 최대순간 풍속 33.2m의 강풍이 몰아쳐 울산 남구 삼산동 현대아파트와 중구 우정동 선경아파트 등 고층 아파트 베란다 창문 500여장이 깨졌다. 이 사고로 아파트 앞을 지나던 이모씨(50·남구 삼산동) 등 주민 100여명이 손과 발 어깨 팔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대구 달성군에서는 13일 현풍면 현풍천과 가창면 용계천, 유가면 달창 저수지의 물이 넘쳐 370가구 1000여명이 면사무소와 인근 초등학교 등으로 긴급히 대피했다.

▽철도 두절, 도로 유실=13일 0시44분경 충북 단양군 단양읍 덕상터널 앞 중앙선에서 경북 안동을 떠나 서울 청량리로 향하던 제9188호 새마을호 열차 3량이 산사태로 탈선해 승객 28명이 부상했다.

사고 열차에는 모두 22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으나 초속 30m의 강풍이 불자 기차가 속도를 늦춰 대형 인명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철도청은 사고 이후 긴급 복구에 나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열차운행이 재개됐다.

앞서 12일 오후 7시10분경 전라선 신풍∼여수 지점에서 해일의 영향으로 노반 일부가 떠내려가면서 열차 운행이 17시간 동안 중단됐다. 이 밖에 12일 오후 11시15분경 영동선 동해와 고사리 사이 10여곳의 선로가 산사태로 유실돼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운행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고속도로는 구마고속도로 금호방향 논공단지 부근과 현풍방향 화원부근에서 토사 등의 영향으로 도로가 통제됐고 동해고속도로 동해방향 옥계부근도 차량운행이 통제됐다. 국도는 모두 49건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 중 경남지역 국도 피해가 28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농경지 침수 및 제방 범람=13일 오전 7시반경 경북 의성군 구천면 미천리 미천둑 2곳이 무너져 미천 1, 2리 주민 등 230여명이 대피하고 인근 농경지 600ha가 침수됐으며 특작물 재배지로 유명한 달성 지역의 비닐하우스 수백동이 물에 잠겼다.

13일 오후 7시반경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앞 낙동강 제방이 범람해 근처 아파트 주민 500여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고령군 방향의 국도가 전면 통제됐다. 또 성산리 앞 낙동강 지류인 폭 4m의 설하천 둑 수십m가 무너져 주변 농경지가 침수됐다.

이날 낮 12시반경에는 경남 함안군 산인면 송정리 송정교 옆 금암천 둑이 70m가량 붕괴돼 농경지 150여ha가 침수됐다.

또 13일 오후 7시35분경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앞 낙동강 성산제방이 범람해 고령군 방향의 도로가 전면 통제됐으며 인근 삼주 아파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전남 고흥군에서는 고흥 농지의 18%를 차지하는 포두면 해창만 등 간척지 1400여ha가 물에 잠겼다.

▽통신장애=정보통신부는 태풍 피해로 유선전화 6만여 회선, 휴대전화 기지국 2200여개 등의 통신망 장애가 발생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정통부와 KT 등에 따르면 유선전화는 6만여 회선이 침수로 불통됐으나 13일 오후 5만4000여 회선이 긴급 복구됐으며 나머지 6000여 회선에 대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도 12만4000여 회선에서 피해가 발생해 이 가운데 7만2000여 회선이 복구됐다.

대규모 정전사태로 기지국과 광(光)중계기의 작동이 멈춰 휴대전화 불통 피해도 속출했다. 정통부는 태풍 피해지역 전체 휴대전화 설비의 14%에 이르는 기지국 2218개, 광중계기 628개에서 정전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휴대전화 업체들은 임시발전기를 가동해 기지국 734개, 광중계기 308개를 복구했으며 나머지는 전력이 복구되는 대로 완전복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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