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KBS - MBC 방송협회장 선출 氣싸움

  • 입력 2003년 8월 21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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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들의 이익 단체인 방송협회의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KBS와 MBC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방송협회장은 지난 30여년 동안 관행적으로 KBS 사장이 맡아왔으나 최근 MBC가 이긍희 사장 취임 이후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

방송협회는 6월 중순 박권상 전 회장(전 KBS 사장)의 후임을 선출하려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지금까지 송도균 부회장(SBS 사장)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MBC는 이번에 관행을 깨고 이사회의 투표로 회장을 선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MBC측은 “박 전 사장도 재임 당시 ‘이번까지는 KBS가 회장을 맡고 다음에는 방송사별로 돌아가면서 하자’고 약속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KBS 정연주 사장이 대화의 자리에 나오지 않고 있어 의견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달 방송협회 연례 위문행사와 전임 임원에 대한 감사패 수여식 때도 회사 행사를 이유로 불참했다.

그러나 KBS측은 “국내 방송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방송협회장은 ‘맏형’인 KBS가 맡아야 한다”며 “박 전 사장이 한 약속이 특별한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며 MBC의 투표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투표를 할 경우 MBC가 유리하다고 KBS는 보고 있다. 현재 32개 회원사 중 MBC 계열은 본사를 포함해 20개사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KBS는 본사 1개사만 가입돼 있다. MBC는 19개 지방 계열사가 독립법인이어서 개별 가입돼 있으나 KBS의 지방 방송국들은 본사의 하부 조직이어서 회원사의 자격이 없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선 때 후보 TV토론 주관 등을 제외하면 특별한 권한이나 결정권이 없는 방송협회의 회장 자리를 두고 두 공영방송이 싸움을 벌이는 것은 치졸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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